바이오벤처 '황우석 디스카운트'…업계 신뢰하락으로 투자유치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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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벤처기업 씨젠의 천종기 사업본부장은 최근 서울 방이동 본사를 찾아온 일본의 한 벤처캐피털회사 대표와 투자유치 문제를 논의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그 대표가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논문을 조작했다는데 과연 당신들은 믿을 만하냐"고 물어온 것.천 본부장은 "투자를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며 "미국 지사의 직원들도 현지인들이 자꾸 황 교수 이야기를 물어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씨젠은 또 독자 기술로 개발한 DNA칩에 대해 지난해 말 네이처,사이언스 등에 논문을 내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황 교수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 게재를 신청키로 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이처럼 '황우석 디스카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황 교수 논문 조작 여파가 바이오 벤처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투자자들이 바이오 관련 연구 성과나 기술력에 대해 보다 엄격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면서 기업들이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주가도 황 교수 사태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연구 성과나 사업계획 발표를 뒤로 미뤄 놓고 황 교수 사태 여파가 가라앉기만 기다리고 있다.
바이오알앤즈는 국내 투자회사가 황 교수 사태로 투자를 보류하는 바람에 오는 2월로 계획했던 충북 오창 공장 착공을 연기했다.
바이오알앤즈는 올 하반기에야 공장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혈전용해 성분인 나토키나제 관련 특허기술을 개발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보도자료 배포일자를 무기한 늦추기로 했다.
유산균 전문 바이오 벤처인 C사 대표는 "면역세포 치료제 쪽으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황 교수 사태 때문에 발표를 늦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노셀은 황 교수 사태 여파로 지난달 한때 기존에 추진 중이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중단했다.
이달 들어 유상증자를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증자 규모가 당초 계획했던 146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90억원가량에 그칠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도 지난달 31일 실시하려던 유상증자를 다음 달 1일로 연기했다.
메타바이오도 다음 달로 예정했던 증자를 3월로 한 달가량 미뤘다.
권석형 렉스진바이오텍 대표는 "이번 사태가 한 점의 의혹 없이 해결돼 한국 생명공학이 정직성을 인정받으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바이오 벤처 업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