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클러스터' 반월 시화단지 가보니…] 기술교육 칼바람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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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반월시화 산업단지 내 공단 본부.옷깃을 파고드는 아침 칼바람 속에 점퍼 차림의 공단 입주업체 직원들이 종종 걸음으로 모여든다.
반월시화단지 '혁신 클러스터 추진단'이 마련한 PCB 기술교육 과정 수강생들이다.
공단 내 PCB업체 직원들로 꽉 찬 강당 안은 바깥의 매서운 추위와 달리 열기가 후끈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강의 내내 수강생들의 표정에는 시종일관 진지함과 열의가 엿보인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일부 수강생들은 강당 내에서 삼삼오오 모여 그날 교육 내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영풍전자는 FCCL(연성동박적층필름) 워킹 사이즈를 확대하셨다면서요."(송인걸 금강시스템 연구원) "네,FCCL을 500mm로 재단하니까 250mm로 재단할 때보다 채산성이 좋아지던데요."(영풍전자 임종근 차장) "우리 회사도 사이즈를 확대할 수 있는지 테스트해봐야겠네요."(송 연구원)
이날의 PCB 기술교육은 산업단지관리공단이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혁신 클러스터 사업'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혁신 클러스터 사업이란 기업체가 대학,연구기관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혁신활동을 이끌어내는 것.정부는 지난해 창원 구미 울산 반월·시화 광주 원주 군산 등 7개 지역을 혁신 클러스터 시범단지로 선정한 바 있다.
반월·시화단지는 부품소재 클러스터로 지정됐으며 하부 조직으로 전기전자(PCB),섬유,정밀화학 등 14개 미니 클러스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진구 반월시화공단 산학협력 2팀 과장은 "PCB산업의 경우 현재 고급 기판은 대일 의존도가 높고 중저급은 대만 중국산 등에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이 같은 '넛 크래커' 상황을 타개하자는 뜻에서 우선 기술교육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활동은 교육 외에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다.
굴착기 부착 장구 업체인 대모엔지니어링은 공정에 관한 컨설팅을 받고 생산성이 급성장한 사례.이 회사의 주진모 이사는 "불량률이 높아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으로 전문 컨설팅을 받고 공정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클러스터에서도 이 같은 '혁신의 싹'이 움을 틔워가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부품 분야 클러스터로 지정받은 울산공단의 경우 울산기능대학과 함께 중소기업 실무자에 대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산·학 공동으로 자동차부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울산 클러스터 추진단 관계자는 "소방차 등에 쓰이는 워터펌프 개발에 경북대학교와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과제를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8월께 워터펌프 개발을 완료하면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워터펌프를 국산으로 대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산단공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당장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혁신 클러스터 사업은 이런 위기 의식을 혁신의 실천으로 옮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