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한국도로공사 "苦속도로, 快속도로로 바꾼다"

경기도 판교신도시 인근에 있는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11일 오후 2시 한남대교를 지나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휴일 새벽처럼 뻥뻥 뚫리지는 않았지만 갑갑하지는 않을 정도로 차가 달렸다. 예전보다는 차량소통이 나아졌음을 실감할수 있었다. 공사에 도착한 뒤 직원 설명을 듣자 그 이유를 알 수있었다. 도공이 대(對)고객 서비스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고속도로 도심구간의 속도 회복 작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 한남∼반포(2.4km)와 같은 상습 정체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한 데 이어 판교 톨 게이트에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바로 통과할 수 있는 하이 패스(High-Pass) 시스템도 구축했다. ◆고속도로가 빨라진다 국민들이 돈을 지불하더라도 국도 대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속도가 빨라서다. 하지만 대도시 인근 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어 분당지역 주민 등은 통행료를 못 내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도공은 '거북이'처럼 느린 고속도로를 '토끼'처럼 빠른 고속도로로 만들기 위해 우선 정체구간의 차선을 넓히거나 개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도공이 상습정체구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진입로나 분기점 등은 전국적으로 17개 구간. 이 중 6개 구간의 공사가 이미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나머지 11개 구간의 확장도 조기에 추진할 수 있도록 투자재원 확보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톨게이트가 유발하는 정체 해소를 위해 지능형 설비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도공은 요금을 계산하는 톨게이트가 고속도로의 정체를 유발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차 없이 바로 통과할 수 있는 '하이 패스 시스템'을 도입, 판교 성남 청계 하남 토평 인천 등 서울 외곽지역에선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달리는 차 안에서 무선 및 적외선 통신으로 고속도로 통행요금을 자동결제하는 시스템이다. 하이 패스 시스템을 적용하면 시간당 요금징수 처리 능력이 450대에서 1800대로 4배 증가한다. 다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차로에 설치된 안테나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차량단말기 OBU(On Board Unit)와 통행료가 충전된 하이 패스 플러스카드가 있어야 한다. 최봉환 경영혁신단장은 "하이패스 시스템을 채택하면 연료비 절감과 매연 감소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며 "수도권에서 실시 중인 이 서비스를 올해 말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공은 또 요금소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톨 터치 패스 시스템'(Toll Touch Pass System)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전자카드를 카드판독기에 갖다 대면 즉시 통행 요금이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시간당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차량이 현행 450대에서 600대로 늘어난다. 도공은 궁극적으로 기존 고속도로를 'IT(정보기술) 고속도로','지능을 갖춘 고속도로'로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속도로광통신망 고속도로교통관리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 이용자들이 각종 교통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휴게소의 경우 카드 하나로 △휴게소 물품 구매 △통행료 지불 △주유소 거래 △전자상거래 등을 할 수 있도록 'e-휴게소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 2001년 서해안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등이 잇따라 완공되면서 전국이 명실상부한 1일 생활권으로 접어들었다. 도공은 2020년까지 반나절 생활권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도공은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고속도로망을 확충하고 있다. 현재 2852km인 고속도로 총연장을 올해 말까지 3400km로 늘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동부권 오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되며 집에서 30분 안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2020년까진 동서 9개축,남북 7개축,총연장 6160km의 격자형 고속도로망을 완성할 계획이다. 양화승 홍보실장은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 완공으로 종축인 남북 5개축이 완공됨에 따라 당분간 동서축 고속도로 건설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원과 과도한 부채가 변수 이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1989년 이후 고속도로 건설비의 50%가량만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자금을 도공이 자체적으로 조달하면서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5년 말 현재 총부채규모는 14조원에 달하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데다 국민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통행료를 무작정 올리는 것도 어렵다. 강정규 도로교통기술원 연구위원은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고 휴게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며 구조조정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