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환율 오를때 힘 더 보탠다

외환당국이 13일 20억달러로 추정되는 강력한 시장 개입을 단행하자 외환시장 주변에서는 당국의 시장개입 전략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환율 급락기에 특정 레벨을 사수하기 위한 '수세적 개입'에서 환율 상승 모멘텀이 있을 때 '한 방 개입'으로 오름폭을 극대화하는 '공세적 개입'으로 바뀌었다는 것. 외환당국은 올 들어 원·달러 환율 1000원 선과 990원 선,980원 선이 차례로 붕괴되는 동안에도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시장개입에 나설 때도 개입 규모가 약 2억~3억달러로 미미했다. 지난 12일에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환율 하락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반영된 결과"라고 언급한 것이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973원80전까지 추락했을 때도 당국의 시장개입 규모는 3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과거 환율 방어를 위해 차액결제선물환(NDF)에까지 개입하는 무리수를 뒀던 것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국의 환율 방어 의지가 과거보다 크게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나,서울외환시장의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모멘텀이 나올 때까지 당국이 인내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실제로 이날은 전날 미국 11월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고,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환율 상승에 우호적인 소식이 발표되자 당국은 올 들어 최대 규모(약 20억달러)의 강력한 달러 매수 개입을 단행,환율을 하루 만에 13원80전이나 끌어올리면서 외환당국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떨어지는 칼날'은 피하고 환율이 오를 만한 이유가 있을 때는 크게 뛸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