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겨냥한 '선심행정'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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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문모씨는 요즘 출퇴근 때마다 애를 먹고 있다. 매일 이용하는 남부순환도로,특히 지하철역 주변에 올 들어 불법 주정차 차량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탓에 평소 30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최근 2배 이상 길어졌다.
문씨는 13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도로가 몸살을 앓는 데도 구청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는 5월3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느슨히 하고 선심성 행정을 앞다퉈 쏟아내 눈총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정차 위반 차량과 노점상에 대한 단속이 사라진 것. 서울시내 자치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올 들어 불법 주정차와 노점상 단속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글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 주민은 "거리가 온통 노점상과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뒤덮여 통행에 큰 불편을 겪는 데도 단속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구청장이 초선인 곳이 더 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 등 구청장이 3선으로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구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의 없다.
서울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주정차 단속 건수도 크게 줄었다. 전북의 경우 14개 시.군이 지난해 1~9월 단속한 주정차 위반 차량은 15만여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12만여건에 비해 18%가량 감소했다. 경남지역 20개 시.군도 2004년 한해 59만9000여건을 단속했지만 작년에는 46만4000여건에 그쳐 25%의 감소율을 보였다. 강원도 역시 2005년 1~9월 주정차 위반단속 건수는 모두 8만3000여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8만6000여건에 비해 2800여건 줄었다.
식품접객업소(유흥주점 단란주점 일반음식점)에 대한 단속도 마찬가지다. 대전지역 식품접객업소에 대한 단속 건수는 지난해 1분기 89건에서 2분기 268건,3분기 319건으로 꾸준히 증가해 오다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4분기에는 173건으로 뚝 떨어졌다.
선거철마다 나오는 선심성 행정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자체마다 실현 가능성이 없어 전면 백지화되거나 보류된 지역개발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2월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지원 논란으로 철회했던 인천국제공항 인근 전통민속공예촌 건립을 시도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도 '불가' 판정이 난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경남 함안군은 외딴 초미니 마을까지 각각 3000만원을 들여 '장수사랑방'을 건립키로 해 선거용 복지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최근 특정 분야의 예산 확충이나 사회보조금 증액 등에 나서는 자치단체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票心)'을 겨냥한 단체장들의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