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디지털단지 5000社 넘었지만 .. 산학 네트워크 '미흡'

토요일인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방금 도착한 전동차에서 생기 넘치는 표정의 20,30대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활기찬 걸음으로 전철역을 빠져 나온 이들은 인근 60여개의 건물로 뿔뿔이 흩어진다. 건물 간판에는 '사이언스,테크노,디지털,벤처'가 넘쳐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입주 업체 수가 작년 말로 5132개를 기록,5000개를 넘어섰다. 지난 2000년 12월 한국수출산업단지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지 5년 만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6552개,2007년에는 7150개의 업체가 구로에 둥지를 틀 전망이다. 디지털단지라는 간판에 걸맞게 입주 업체 중에는 정보기술(IT) 업체가 약 78%(작년 11월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IT 업체들이 구로로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시내에 자리잡은 유일한 공단이라는 점이다. 2년 전 3단지에 입주했다는 카메라 모듈 업체 엠씨넥스의 박상규 대표는 "서울 시내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만으로도 제품 개발이 3~4주는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수요 업체와의 협의가 신속히 이뤄지고 인력 확보도 지방에 있을 때보다 한결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입주 업체 수는 크게 늘어났지만 구로단지가 지난해 '호시절'이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내 생산액이 약 5조원으로 2004년(6조8620억원)에 비해 오히려 줄었고 수출액도 2004년 2조2960억원에서 1조4000억여원으로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LG전자의 휴대폰 생산라인이 평택으로 이전하는 등 몇몇 덩치 큰 업체들이 빠져 나간 것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로단지의 '클러스터' 효과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다. 산업연구원의 허문구 부연구위원은 "클러스터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업체들이 모여 협업하는 가운데 나타난다"며 "그러나 구로단지 입주 업체들의 경우 사업 경력들이 짧아서인지 네트워크 구성에 익숙지 않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산·학 협동을 위해 조직된 서울산학기술포럼(SIF)의 경우만 해도 대학에서는 관심을 보이는데 오히려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회의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구로디지털단지에 대한 기대가 사그러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조성태 홍보팀장은 "앞으로 10년 뒤 한국을 먹여살릴 새로운 성장동력은 다시 구로에서 나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통적인 굴뚝 산업은 이미 중국에 경쟁 우위를 빼앗기고 있지만 구로의 디지털 산업은 아직도 상당기간 중국에 비해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