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대란 '비상'] "잔금? 집 팔려야 내죠"..한집건너 빈집

경기 동북부 등 수도권 외곽 지역과 부산·대구 등 일부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빈집이 급증하는 '입주대란'이 심각하다. 공급 물량이 워낙 많았던 데다 지난해 8·31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이 살던 집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내지 못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2주택자 중 상당수는 잔금을 치르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새 아파트를 전·월세로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세입자들마저 구해지지 않아 빈집이 늘고 있다. 여기에 당초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다주택자들의 경우 양도세 중과 등 규제를 의식,서둘러 급매물로 내놓는 바람에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입주대란은 최근 2~3년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활발했던 충청권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 입주대란 심각 수도권에서는 경기 북부지역의 입주율이 크게 낮다.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 A아파트는 입주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입주율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고양시 가좌지구 B아파트 5·6단지도 입주율이 50~60% 정도로 사정이 비슷하다. 5단지 내 한 할인마트 주인은 "밤에는 불이 꺼진 집이 많아 돌아다니기도 무서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 곳은 8·31 대책 직후 입주가 시작돼 타격이 더 컸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부동산월드 관계자는 "작년 7월 입주한 인근 C아파트는 90% 정도가 입주한 상태"라며 "입지여건은 이 곳이 더 좋은 데도 입주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8·31대책 영향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 위치한 D아파트 단지도 지난해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나 단지 입구에는 아직도 '회사 보유 미분양 아파트 특별분양'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 곳은 단지 내 상가도 절반 이상 비어있을 정도로 썰렁하다. 지난해 12월 입주가 시작된 파주 교하지구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웃돈을 포기하고 분양가 수준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인근 박사공인 관계자는 "분양 당시 투자목적으로 2~3채씩 분양받은 사람들이 계약금만 건지겠다는 생각에 분양가 수준으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으나 거래가 없어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지역의 경우 입주율은 높게 나타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실제 집주인이 아닌 전세 세입자들의 입주로 단지가 채워지는 지역도 많다. 남양주 평내·호평지구가 대표적이다. 평내지구 S공인 관계자는 "입주율이 80% 이상이지만,입주자들의 절반 이상은 전세 세입자로 보면 된다"며 "구리 주민들이 이곳에 분양을 받고도 살던 집을 못팔아 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작년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양주 G아파트 2864가구도 최근 입주율이 80%까지 올라갔지만 입주자의 70%가 전월세 세입자라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분석이다. ◆부산·대구 등 지방도 입주난 부산·대구 등 최근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난 지방에서도 입주난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S(센텀대주파크빌 1차)아파트는 지난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율이 50% 정도에 머물고 있다. 단지내 U공인 관계자는 "8·31 부동산대책 발표시기와 입주가 겹치면서 투자 목적으로 분양을 받은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처분이 안 돼 빈집으로 남아있다"며 "올해 부산지역 입주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인 3만가구를 넘어서면서 이 같은 입주난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2~3년 전부터 신규 분양이 쏟아졌던 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구 동구 신암동의 재건축 물량인 G(건영캐스빌)아파트는 작년 11월 입주가 시작된 뒤 입주율이 40%에도 못미치고 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일반 분양을 받은 투자자들이 급매물을 던지고 있는 데다 그나마 전세로 돌린 물량도 수요가 없어 빈집이 빠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입주대란이 충청권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특히 충청권은 행정도시 후광효과에 편승해 최근 1~2년간 공급물량이 급증해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일부 지역은 기존 아파트 수에 맞먹는 만큼의 새 아파트가 지어진 곳도 있어 향후 극심한 수요고갈에 시달릴 것이라는 게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