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여파 새 아파트 '입주대란'…고양ㆍ남양주 등 '텅~ 텅~'

다주택자 급매물…분양가 밑으로 집값 떨어져
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 가좌동 A아파트. 발코니와 창문 곳곳에 '우리집 보러 오세요'란 플래카드와 종이 전단들이 붙어 있었다.

주인들이 집을 사거나 전세로 들어올 사람들을 찾기 위해 내건 것이다. 단지안을 둘러보니 새시조차 설치되지 않은 빈 집이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눈에 띄었다.

실제로 8.31대책 직후인 작년 9월 입주가 시작된 이 곳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주율이 50~6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동두천시 지행동 B아파트도 입주가 시작된 지 9개월째지만 전체 628가구 중 200여가구가 빈 상태다. 또 남양주에서는 급매물로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마다 '입주대란' 경보가 울리고 있다.

의정부 남양주 등 경기 동북부지역과 부산 대구 등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단지에 빈 집들이 즐비하다. 입주예정자들이 잔금(분양가의 20~30%)을 못 내 계약해지를 요청하거나 아예 급매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8.31대책의 여파로 1가구 2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특히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입주율이 높은 아파트들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집주인이 임시방편으로 구한 전.월세자들이 60~70% 이상인 곳들이 적지 않다. 입주대란은 올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수도권 입주예정 물량은 지난해보다 4000여가구 늘어난 20만4000가구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충청권 등도 올 입주물량이 많아 입주대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