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A to Z] (20) 정부주도 역모기지 활성화..미국.일본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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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앞서 역모기지론을 도입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운용상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정부와 공공기관이 운용사의 손실보전,세제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역모기지론을 활성화했다는 점이다.
대출기간도 보유 주택을 매각하지 않으면 사실상 사망시까지 제한이 없다.
미국 역모기지론이 도입된 것은 지난 1960년대.개별 금융회사가 일종의 아이디어상품으로 개발,취급해 왔다.
하지만 고객이 오래 살 경우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대출기간을 제한,실적이 지지부진했다.
소비자들도 한정된 기간만 대출을 받아 사용한 뒤 집을 날릴 수 없는 노릇이어서 이용을 꺼렸다.
그러나 지난 1989년 연방주택청(FHA)이 역모기지론인 HECM(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을 취급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연방 정부가 주택가격 상승이나 금리 변동,대출자의 생존기간 변동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후 주택담보대출 제공전문회사인 패니매(Fannie Mae)와 정부출자기관인 홈 키퍼(Home Keeper)가 출범하면서 역모기지론은 대표적인 노후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역모기지론의 특징은 대출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점.62세 이상이면 집값에 관계없이 누구나 돈을 빌릴 수 있다.
빌린 돈은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거나 집을 팔기 전까지는 갚지 않아도 된다.
즉 사망,이사,매각할 경우에 한해 원리금 상환의무가 발생한다.
중간에 집값이 떨어지거나 대출자가 오래 살아서 대출금이 집값을 웃도는 경우 차액을 정부가 보전한다.
반대로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월 대출금을 정부가 대신 지급한다.
이용하는 사람으로선 안정적으로 죽을 때까지 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역모기지론 이용에 따른 연금수령액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등의 세제혜택도 부여했다.
다만 재산세와 보험료는 부담토록 했다.
대출금을 받는 방법도 다양화했다.
일시불로 받거나 일정 한도를 설정해 놓은 뒤 필요할 때마다 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올해 들어 역모기지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 공공단체와 건설회사 등을 중심으로 역모기지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지난 1981년 도쿄도(시)의 무사시노시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역모기지론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버블(거품) 경제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1990년대 말까지 보급이 부진했다.
2003년을 기점으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역모기지론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민간 금융회사보다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역모기지론 보급에 나섰다.
지자체들은 2003년에 역모기지론의 성격을 가진 '장기 생활 지원 자금 대부제도'를 잇따라 도입했다.
현재 도쿄의 신주쿠 세타가야구 등과 간사이(일본 서부) 지역의 오사카시,고베시 등 전국 20여개 지자체가 역모기지론 제도를 도입했다.
무사시노시의 경우 토지 건물 아파트(건축 연수 13년 이내) 등을 역모기지론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상액 한도는 토지와 건물은 평가액의 80%,아파트는 50%까지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