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티, 월가 아성 넘본다

영국의 금융중심지 '더 시티 (The City,이하 시티)'가 미국의 금융중심지 월가(Wall Street)를 위협하고 있다. 월가에 몰렸던 기업공개가 최근 들어 시티로 돌아오면서 지루하고 재미없던 이곳이 붐 타운으로 변신,세계 금융산업의 메카 자리를 넘보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23일자)는 런던이 세계 금융시장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며 떠오르는 시티의 변신을 상세히 보도했다.

◆해외상장 최적지는 '런던'


런던의 시티는 10년 전부터 영국의 투자은행들이 미국의 거대 금융사들에 넘어가면서 위상이 크게 약화돼왔다.
뉴욕 월가가 세계 금융의 허브라면 런던 '시티'는 그 허브를 각지에 연결해주는 파이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 딜로직 자료에 따르면 런던이 해외 기업공개(IPO)의 최적지로 떠오르며 뉴욕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작년 런던에서 IPO를 진행하며 런던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은 총 78개,금액으론 108억달러에 달해 34개 업체,70억달러에 불과한 뉴욕을 앞질렀다.
파리와 프랑크푸르트는 외국 기업 IPO를 거의 유치하지 못했다.


시티의 금융업 종사자는 33만명으로 늘었고 곧 40만명을 돌파할 기세다. 시티에 진출한 외국 은행수도 287개에 달한다.


시티의 부활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럽의 파워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제 상업은행(commercial bank)시장의 점유율의 경우 미국은 17%에 그친 반면 유럽은 63%를 차지했다.


◆유럽경제적통합이 도약 계기


시티의 회생에는 유로화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먼저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의 등장으로 유럽 대형 투자은행들이 업무를 중앙집권화할 필요가 생겨났다.


또 통신기술 발전과 금융자유화에 힘입어 금융센터를 유로존 국가가 아닌 런던에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회계감사를 강화한 미국 '사베인스 옥슬리법'이 2002년 도입된 이후 이런 규제가 없는 런던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다.


여기에 런던시와 런던증권거래소의 마케팅 노력도 대단했다.


런던증권거래소 국제업무담당자인 트레이시 피어스는 "런던증시는 지금도 중국과 러시아 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작년 유럽지역의 기업 인수·합병 건수가 미국을 앞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유럽에서 민영화 프로젝트가 많이 추진될 전망이어서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른바 '애국법'(Patriot Act)으로 아랍지역의 오일머니가 미국 자산에 투자하기 쉽지 않게 된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 은행도 각축전


시티의 정식 명칭은 시티 오브 런던. 런던탑에서 세인트폴 대성당에 이르는 템스강 북안의 1마일 ㎡ 넓이로 수십 개의 동업자로 운영되던 자치도시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이곳에서 IPO를 맡은 은행들은 미국의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등 미국계가 많다. 로버츠 서섹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가 제공되는 한 영국 은행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며 시티의 부활에 흐뭇해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