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팔레스타인 총선 압승… 중동평화 먹구름
입력
수정
지난 25일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무력투쟁을 벌여온 하마스가 압승해 제1당으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관계가 악화되고 중동평화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26일 오전 개표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하마스가 지역구에서 전체 66석 중 최소 43석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결정되는 비례대표 의석 66석 가운데 45석 이상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언론들도 하마스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이번 총선에서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지지를 얻어 제1당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팔레스타인 정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중동평화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하마스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제1당이었던 파타당 소속 아흐마드 쿠라이 총리 주도의 내각은 총사퇴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자치정부를 어떤 형태로 구성할 것인지를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과 협의할 것이라며 파타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의향을 내비쳤다.
지난 94년 자치정부가 출범하고 96년 첫 총선이 있은 후 10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참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가 의회와 자치정부를 장악할 경우 중동평화 협상에 암운이 드리워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의회 진출 후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유럽연합(EU) 등이 강력 반대해온 무장투쟁 노선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했고,이스라엘은 이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EU는 하마스가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고 자치정부에 참여하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해 놓은 상태다.
이럴 경우 경제기반이 사실상 붕괴돼 세수원이 취약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동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원조 미끼'에 끌려 이스라엘과의 '땅 싸움'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