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문 변호사가 뜬다] (1) 러시아 전문 류혜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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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커지고 있다.
해외 비즈니스가 늘고 있는 만큼 그 나라에서의 법률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나라별로 각기 다른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느냐 여부에 비즈니스의 승패가 갈릴 정도다. 지역 전문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러시아 중국 호주 베트남 등에 대한 전문 변호사들의 인기는 상한가다.
지역 전문 변호사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러시아는 기회의 땅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데다 러시아 경제가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회복하고 있어 법률서비스 수요가 널려있습니다." 국내 법조계에서는 보기드문 러시아 전문가로 통하는 법무법인 지평의 류혜정 변호사(37.사시 44회)는 "로펌들이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러시아는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에 갈 때마다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로펌도 미래를 보고 러시아 전문가를 키워야 할 때입니다." 류 변호사의 변호사 경력은 1년에 불과하지만 그의 이력은 러시아와 관련된 경험들로 가득하다.
류 변호사가 처음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때는 옛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1년.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을 앞두고 사회주의 국가의 복지 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그를 러시아로 이끌었다.
그는 1996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영국계 컨설팅회사에 다니던 그는 나홋카공단 건설사업 등 한.러 합작 개발 프로젝트 등을 맡으며 러시아 전문가로 자리잡아 나갔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러시아 경제가 침체 일로에 접어들고 급기야 러시아 정부가 모라토리엄(외채 지불유예)을 선언하자 러시아 유학 경력은 더이상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러 수교 직후 러시아로 몰려들었던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졸지에 저 같은 러시아 전문가들은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그는 고민 끝에 사법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따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작용했다.
3년간의 준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자 러시아 전문가라는 이력은 그에게 다시 날개가 되어 주었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지평은 그의 독특한 경력을 높이 사 채용을 결정했다.
지난 1년간 류 변호사는 러시아 전문가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법제처가 추진한 동북아법령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러시아 부문을 맡아 '러시아 연방에서의 법인 설립과 운영에 대한 법제 연구'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사업은 러시아 중국 몽골 등 동북아 국가들의 법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제공해 이들 국가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돕고 정부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현재 국내 로펌들은 러시아에 관심만 보일 뿐 러시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류 변호사는 이제 단순한 관심 수준에서 벗어날 때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기업들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인식 수준도 한국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서유럽의 영향 때문인지 러시아 기업들은 법률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진출을 원하는 기업인들의 자문에 응하는 것은 류 변호사의 몫이다.
그는 최근 합작법인 설립을 앞두고 계약서 검토를 요청해 오거나 러시아인과 부동산 소유권 분쟁을 빚게 돼 상담을 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 러시아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러시아를 제2의 조국처럼 느낀다는 류 변호사의 포부다.
글 유승호·사진 강은구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