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中企 협동조합] 으랏차차! 中企조합, 혁신 힘모은다


현재 한국의 중소기업협동조합 수는 모두 781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지난해 말 현재 4만개를 넘어섰다.
두 나라 사이에 경제력 차이가 있다지만 781개와 4만개의 격차는 지나치게 크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5항을 보면 '국가는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이란 바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뜻한다.
헌법에까지 이렇게 못박아 놓고 있음에도 중소기업협동조합 수는 계속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창립된 것은 지난 1962년 5월14일이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조그마한 사무실에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직원 수는 9명.그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연간 예산은 290만원이었다.


조직은 2부2과에 지나지 않았다.


이 기협중앙회는 문을 연 지 9일 만인 5월23일 정부에 공식건의서를 제출했다.
이 건의서는 당시 송요찬 경제기획원장관에게 전달됐다.


건의서의 첫 번째 내용은 중앙회 회관을 건립하는 데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이 건의서는 묵살됐다.


결국 중앙회는 서울 태평로 감리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종로구 공평동 서울예식장 앞 5층 빌딩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1980년 초까지 중앙회는 낡은 건물에서 생활하면서도 지속적인 건의를 통해 중소기업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설립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끝내 중소기업협동조합은 법적인 뒷받침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이에 기협중앙회는 정부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협동조합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 뜻이 받아들여져 대한민국 헌법에 처음으로 '국가는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게 됐다.


1980년 10월 헌법에 이 같은 규정을 넣으면서 협동조합운동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기협중앙회의 첫 건의였던 중앙회 회관 건립도 가능해졌다.


서울 여의도 15번지에 세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1983년 3월 중앙회는 창립 20여년 만에 새 회관에 입주했다.


이어 정부는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법을 만들어 협동조합이 관납할 때는 단체수의계약으로 물품을 공급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에 힘입어 협동조합 수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는 이 단체수의계약을 축소하기 시작했으며 곧 폐지할 방침이다.


회장을 선출할 때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기협중앙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명칭도 바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원초적인 성격을 모르고 내린 판단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다른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1인1표주의다.


주식회사는 지분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의결권을 많이 주지만 협동조합은 한 사람당 한 표만 준다.


지극히 민주주의적인 조직이다.


둘째 사업목적이 영리가 아니라 상호부조다.


영리만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셋째 잉여금을 분배할 때 출자액에 따르지 않고 공동사업의 이용분량에 따라 나눠준다.


다시 말해 협동조합은 '자본'으로 구성된 조직이 아니라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때문에 협동조합은 자본으로 구성된 주식회사보다 말썽이 자주 나는 편이다.


한마디로 좀 시끄럽다.


그렇지만 협동조합은 좀 시끄러운 것이 장점이다.


행정조직 회사조직 군대조직 등에 비해 말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장점인 것이다.


기협중앙회 회장 선거도 좀 말썽이 일긴 하지만 1인1표주의인 협동조합 정신을 살리기 위해선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요즘 들어 헌법에 명백히 협동조합을 육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오히려 협동조합을 말살하는 정책을 내놓기에 바쁘다고 중소기업인들은 항변한다.


사실 지난 40여년 동안 협동조합은 스스로 혁신하며 조직을 변모시켜왔다.


한 업종이 쇠퇴하면 협동조합도 쇠퇴하고 한 업종이 흥하면 조합도 흥한다.


목할저(나무젓가락)를 비롯 대체신탄 당면 토기 등 많은 협동조합이 변화에 못견뎌 문을 닫았다.


생산품 용도가 바뀌면 협동조합 명칭도 바뀌었다.


황산알루미늄조합은 무기응집제조합으로 이름을 바꿨고 안경조합은 광학조합으로,메리야스연합회는 니트연합회로, 침구조합은 침장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 업종을 추가하기도 했다.


염료조합이 염료안료조합으로,계면활성제조합이 계면활성제접착제조합으로,계량기조합이 계량계측기기조합으로 변모했다.


IT(정보기술)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자상거래조합 감시기기조합 정보통신조합 등이 생겨나고 서비스분야에서 게임제작조합 경영컨설팅조합 등이 나타났다.


이처럼 협동조합들은 스스로 변신하고 혁신해나간다.


따라서 이제 정부는 헌법 규정에 따라 협동조합의 권한을 더욱 확대해줘야 할 때가 왔다.
협동조합도 너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다양한 공동사업을 통해 자생력을 갖춰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