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농민 끌어안는 중국 춘제

한국은 설 연휴가 끝났지만 중국은 아직도 춘제(중국 설,春節) 연휴 중이다. 귀성객만 연인원으로 따져 20억명. 이번 주말까지 관공서는 문을 닫는다. 이번 춘제의 최대 행사는 폭죽놀이였다. 지난 주말의 폭죽행사는 전쟁을 방불케 했다. 베이징 시민들은 요란한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아파트 안에까지 화약냄새가 진동했다. 베이징시는 사망사고가 잦다는 이유로 금지해온 폭죽놀이를 올해 부분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전면금지 12년 만이다. '금지된 장난'을 완화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양극화돼가는 사회를 '전통'의 부활을 통해 단합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경제일보 1면에 실린 칼럼 '폭죽 소리와 조화'도 비슷한 답을 던지고 있었다. "인민의 의견을 존중한 결정은 '조화'를 보여준다"는 게 골자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통치철학인 '조화사회 건설'은 인민을 근본(以人爲本)으로,계층간 지역간 불균형을 시정함으로써 사회의 단합을 이끌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후 주석이 취임 이후 춘제 때마다 농촌을 찾는 행보에서도 단합의 메시지를 감지할 수 있다. 덩샤오핑은 88년부터 7년간 상하이에서 춘제를 보냈다. 그곳에서 푸둥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후 주석이 춘제 전날인 지난달 28일 산시성의 농민들과 춤을 추고,음식을 만들어 같이 먹는 장면은 국영 CCTV의 주요 뉴스를 통해 전역에 방영됐다. 원자바오 총리는 같은 날 산둥성의 농민들과 만두를 먹고,노인의 손을 꼭 잡고,이부자리를 직접 봐주는 모습으로 소외된 농민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농민시위가 빈발하는 등 고성장의 그늘에 있던 계층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방증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빈부격차 확대와 양극화에 대한 해법으로 부자를 표적으로 삼는 것 대신 가난한 자를 배려하는 중국의 접근법은 고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공유할 부(富)가 줄어든다는 현실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양극화로 고민하는 한국도 깊이 생각해 봄직한 방법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