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경기 바닥 찍었나…한달새 비관서 기대로 급반전


"앞으로 2년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련을 맞게 될 수도 있다."(2005년 12월12일 출자사 경영회의)


"올해 하반기부터 철강 경기가 점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2006년 1월6일 철강업계 신년회)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 연말 향후 철강 경기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었으나 올해 초 조심스런 회복론으로 돌아섰다.


한 달도 채 안돼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최근 국내외 철강 시황은 일단 이 회장의 수정된 전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급속한 철강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던 '중국 변수'가 반전되고 있다.


일부 중국 업체는 지난해와 달리 철강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일본 미국 유럽쪽 가격도 안정적이며 국내에선 유통 재고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안산강철,번시강철 등 일부 중국 철강업체들은 2월 자국 내수판매 가격을 열연제품은 t당 5∼10달러,냉연제품은 t당 13∼37달러 인상키로 했다.


우한강철은 3월부터 한국에 수출하는 열연제품 가격을 t당 10달러 인상하는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강철도 오는 2분기 내수판매 가격을 소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오산은 지난해 아시아권 철강가격 하락의 시발점이나 다름 없었기에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연초 이구택 회장은 이와 관련,"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정책 덕분에 중국 철강업계의 과잉생산이 자제되고 있고 중국 내수가격도 한계원가 수준까지 충분히 떨어졌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쪽 시황도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신일본제철,JFE 등은 생산량 조절을 통해 작년 4월부터 열연제품과 냉연제품 등에 대해 t당 1만엔 인상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재를 주로 공급하는 도쿄제철도 작년 12월 가격을 올해 2월에도 계속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쪽은 수입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 한 오는 2분기 이후 철강가격이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역 역시 재고 감소로 인해 가격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철강 유통점 재고 추이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9월 113만8000t에 달했던 유통재고는 10월부터 감소해 12월에는 99만7000t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문 등에서 철강 수요가 늘어나는 데 힘입었다.


또 유통점이 판매하는 열연제품 가격도 소폭 올랐다.


지난해 12월 t당 50만4000원에서 올 1월 53만4000원으로 5.9% 상승했다.


출혈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수요 업체의 보유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의 추가 가격 인하에 대한 유통점들의 기대 심리가 점차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포스코는 올 상반기 중 일부 고로를 정기 수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열연제품 생산량은 작년 하반기 550만t 수준에서 올 상반기 450만t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이 같은 국내외 상황을 두고 꽁꽁 얼어붙었던 철강 경기가 완연한 회복 기조로 전환됐다고 속단키는 어려우나 해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