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틴전시 경영] 삼성 ‥ 시나리오별 '준비경영'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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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를 위해 매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항상 '컨틴전시 플랜'을 만든다.
올해는 미 달러화에 대한 기준환율 955원을 전후로 세 가지의 경영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지만 955원을 기준으로 올해 그룹 매출목표는 150조원,경상이익 목표는 18조원 정도에 책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공식적인' 목표를 앞뒤로 다시 두 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있다.
예를 들어 달러당 935원과 975원을 기준으로 각각의 매출과 이익목표를 잡는 식이라는 얘기다.
○세 가지 시나리오 작성
삼성은 과거 외환위기 직후 금리가 고공행진을 벌일 때는 이 같은 시나리오 경영을 금리를 중심으로 짰다.
최근에는 환율 외에 유가가 감안되기도 하지만 매출의 85%가 해외수출에서 발생하는 사업구조상 환율 기준이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수익을 기준으로 환율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8조600억원.2004년(12조원)에 비해 3조9400억원 정도 줄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은 달러당 1024원으로 2004년(1145원)보다 121원 하락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은 "지난해 환율 하락으로 날린 기회손실은 3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겨우 10% 남짓 떨어진 환율에 천문학적인 수익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환율변수가 고정된 것이었다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9조50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환율과 경영목표는 별개
하지만 삼성이 환율과 경영목표를 직접 연계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환율은 환율이고 목표는 목표일 뿐이다.
다시 말해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책임을 묻게 되는 상황이 오면 환율 하락을 참작할 수 있다는 것이지,목표달성 실패 그 자체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600여명의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 사업장에서 열린 삼성전자 경영전략회의의 결론도 환율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목표달성이었다.
윤종용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유럽이나 일본 기업들도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라며 "환율 타령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환율리스크관리에 대한 자신감은 지난 4분기 삼성전자 실적발표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목표는 본사 매출 6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 달성. 주우식 IR팀장은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과거와 달리 환율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는 시장과 제품의 다변화가 이뤄져 있다"며 공격적인 경영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은 올해 시나리오 경영과 별도로 구조조정 차원에서 그룹 자산비중을 줄이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다른 그룹들에 비해 미래 사업용으로 확보해 놓은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불필요한 자산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주요 계열사들의 자산구조를 경영효율 중심으로 재편,현금흐름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환율 하락기를 맞아 해외에서 값싼 부품 및 소재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 계획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특히 아직 수익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 분야의 투자는 회수 기간과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져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쨌든 올해 경영계획의 큰 줄기는 외형 확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며 "상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면서 초일류기업을 향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