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손봐야… 결국 쥐어짤 곳은 봉급쟁이뿐?


정부가 양극화 대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편법 증세' 수단으로 비과세·감면제도의 축소를 추진하면서 과연 어떤 조세감면이 폐지 또는 축소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구체적인 조세감면 폐지 대상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미 감면 목적이 달성됐거나 실효성이 낮은 감면 위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란 원론적 언급만 되풀이하고 있다.


재경부가 조세감면 폐지 대상에 대해 이처럼 조심스러운 것은 혜택이 없어지는 대상자의 거센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농·어민 등은 건드리기 어려워


재경부가 작년 말 국회에 제출한 '2005년 조세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세금을 매겨야 하지만 여러 가지 정책적 목적으로 비과세·감면 혜택을 주는 대상은 모두 226개에 달한다.


이들에 대한 조세감면 규모만 작년 기준으로 19조9879억원.분야별로 나눠보면 △농어민 지원이 2조9167억원 △중소기업 지원 1조3874억원 △투자 지원 5조666억원 △근로자 지원 4조6353억원 △저축지원 1조1306억원 등이다.
또 지방이전과 사회보장,국방 지원 등에 4조8512억원의 혜택이 돌아갔다.


이 중 농어민과 중소기업 지원 등은 사실상 성역화돼 조세감면 혜택을 줄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은 정치적 입김이 센 집단"이라며 "축소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말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은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개발(R&D) 등 투자촉진 관련 조세감면도 성장잠재력과 연결돼 지원을 줄이기 어렵다.


재경부는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R&D투자 지원과 근로자·농어민·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만만한 게 봉급쟁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런 농어민 중소기업 근로자 등과 투자지원 분야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저축지원과 지방이전,사회보장 등 기타 부문이다.


이 중 지방이전 등 경쟁력 강화와 사회보장 지원 등은 균형발전과 양극화 해소라는 국정목표와 부합되기 때문에 역시 축소가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결국 조세감면 축소의 칼 끝은 저축지원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조세감면 지원을 받는 저축 이용자들은 불특정 다수여서 농어민이나 중소기업처럼 조세저항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경부도 조세감면 축소의 최우선 검토대상으로 비과세 또는 저율과세 금융상품을 올려놓고 있다.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금융상품은 현재 총 19개로 작년 지원액은 1조1306억원이었다.


문제는 이들 비과세 금융상품 대부분이 근로자들의 목돈 마련을 지원할 목적으로 운용돼 왔다는 것이다.


결국 건전한 중산층 형성을 위한 조세지원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희생될 공산이 커졌다는 얘기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조세감면 중 가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문이 농어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라며 "효율적 조세지원이란 원칙을 무시하고 정치적 계산만 따져 조세감면 축소의 부담을 중산층 근로자에게만 전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조세 감면 축소·폐지에 따른 반발 정도를 의식해 대상을 결정할 게 아니라 감면의 실효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