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해적' 美 아이칸, KT&G 경영참여 요구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사냥꾼으로 꼽히는 칼 아이칸과 워렌 리히텐슈타인이 운영하는 미국계 펀드가 공동으로 KT&G 지분 6.59%를 확보,3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이번 주주총회에서 한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계 펀드가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분 인수와 함께 '경영권 참여'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에 따라 '제2의 소버린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KT&G는 3일 공시를 통해 케이맨군도계 사모투자펀드인 '아이칸 파트너스 마스터 펀드'가 KT&G 지분 6.59%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보유목적은 '경영참여'로 공시했다.이 펀드의 국적은 케이맨이지만 실제로는 아이칸이 운영하는 미국계 펀드인 아이칸 파트너스,리히텐슈타인이 운영하는 스틸파트너스가 공동 보고자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칸과 리히텐슈타인이 연대전선을 형성한 셈이다.

KT&G에 따르면 리히텐슈타인이 올해 KT&G 주총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이사를 선임할 뜻을 밝히고 아이칸측에 지원을 요청,양측이 공동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계약했다.이에 앞서 아이칸은 지난해 이 회사 지분 3%가량을 사들인 후 KT&G에 자회사인 인삼공사의 상장 등 주가 부양책을 요구했었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펀드의 주가부양 정책 요구,지분 추가 매수,경영참여 선언 등이 2003년 소버린의 SK㈜ 경영진 재편 시도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