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美 최고 이코노미스트 꼽힌 손성원 LA한미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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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미국 LA한미은행장(61).그는 월가에서도 알아주는 '족집게 이코노미스트'다.
지난 1월엔 월스트리트저널이 '2005년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했다.
얼마 전 퇴임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도 가깝다.
신임 벤 버냉키 FRB 의장과도 2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은행장으로 일하면서도 '닥터손닷컴(DrSohn.com)'이란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코노미스트로도 열심인 손 행장으로부터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해 들어봤다.
[ 대담 = 하영춘 뉴욕특파원 ]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됐는데요.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경제 예측 방법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데이터와 나름대로의 모델을 사용해서 흐름을 예상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과 실물경제 움직임을 중시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이 그것입니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톱다운 방식을 선호합니다.
저는 보텀업 방식도 아주 중시합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과거의 것입니다.
그러나 실물경제 현장의 얘기는 현재 상황입니다.
이런 방식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 현장의 얘기는 주로 어떻게 파악하나요.
"틈만 나면 손님을 만납니다.
매일 점심을 손님과 함께 합니다.
퇴근 후에도 직접 방문합니다.
웰스파고 은행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6000여개의 지점과 접촉,미국 전역의 현장경제 흐름을 파악했습니다."
-1월 말 퇴임한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백악관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인 1973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그린스펀은 '타운센트 그린스펀'이란 컨설팅회사 대표로 분기에 한 번씩 경제관련 보고서를 백악관에 공급했습니다.
백악관은 1년에 6000달러를 주고 보고서를 봤으며 수시로 대화도 나눴습니다.
그때부터 가까워져 최근까지도 1년에 한두 차례씩은 꼭 만났죠.30여년 전에는 그린스펀보다 내가 더 유명했었는데...(웃음)."
-그렇다면 가까이서 본 그린스펀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그의 탁월한 능력입니다.
두 번째는 좋은 의미의 정치력,즉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진 점입니다.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친구들이 두루 있을 정도의 친화력이 FRB 의장 역할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했습니다.
세 번째는 경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현장을 중시하는 보텀업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그린스펀은 저를 만날 때마다 'LA지역 사무실 임대료는 얼마냐''노스타코타주 밀값은 어떠냐'등을 주로 물어왔습니다."
-벤 버냉키 신임 FRB 의장과도 친분이 있습니까.
"20년 이상 알고 지냈습니다.
그분이 대학교수였고 제가 이코노미스트이다보니 각종 학회나 회의에서 수시로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떻습니까.
FRB 의장 역할을 잘 수행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린스펀과 달리 버냉키는 교수 출신이라 아무래도 숫자와 모델을 중시(톱다운)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 12명은 경험이 많습니다.
적어도 초기엔 이들이 버냉키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FOMC는 민주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방기금 목표 금리는 어떻게 예상하는지요.
"지금 연 4.5%입니다만 3월 회의에선 다시 4.75%로 올릴 겁니다.
FOMC 위원들이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들은 금리인상을 밀어붙일 것으로 봅니다.
그후 버냉키의 장악력이 강해지면 아무래도 경제지표 등이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봅니다."
-올 미국 경제를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성장률은 잠재성장률(3.5%수준)보다 조금 낮은 3.3% 수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유가와 금리가 오른 상태이고 부동산값의 추가 상승 여지는 거의 없는 상태여서 작년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전망입니다.
상반기에는 3.3~3.4%,하반기에는 3.2%로 보고 있습니다."
-주택경기 거품론이 한창인데요.
"집값이 올랐지만 버블이 생겼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금은 수요에 맞게 공급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급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올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작년 하반기부터 내수와 수출이 모두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세금을 올리다보니 건설경기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이 안 되면 경제 전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신용카드 거품에 따른 소비 부진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를 볼때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강성 노조 때문에 한국 투자를 꺼리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는 아주 중요합니다.
돈 때문이 아니라 그와 함께 들어오는 기술 때문입니다.
삼성처럼 첨단기술을 직접 개발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앞선 기술을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에는 유동성이 너무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과잉 유동성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 굳이 세금정책을 쓰지 않아도 부동산이 잡힐 겁니다.
대신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더 풀어야 합니다.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 등에 직접 재정에서 지원해 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의 정책이 취해지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세금 부담을 늘리려는 정책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분배 차원에서 소득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은 어느 나라나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투기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늘린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최근 원화 환율 하락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사상 최대입니다.
한국은 상당한 정도의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달러환율이 떨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이를 막으려고 정부가 간섭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다만 환율 하락이나 상승 속도가 시장을 교란할 정도로 빠를 경우 정부가 개입하는건 당연합니다."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는데요.
어떤게 재미있습니까.
"은행 CEO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지금 95%는 은행 일에 쏟아붓고 5% 정도만 이코노미스트 업무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