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中 유학의 그림자

한국 학생의 중국 유학을 취재하면서 느낀 건 엄청난 속도였다. 한ㆍ중 수교 10년째인 지난 2002년에 이미 중국 내 한국유학생 수는 일본을 제치고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의 대학 밀집 지역인 베이징시 서북쪽의 우다커우 거리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외국어 간판은 한국어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중국 유학의 그림자는 너무 짙었다. 우다커우에서 한국학생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지구촌학원 건물 1층엔 '싸울아비'라는 한국어 간판의 슈퍼마켓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옆에 오토바이용 헬멧이 수북이 쌓여 있다. 주중 대사관 유주열 총영사는 "중국에선 외국인에게 오토바이 번호판을 발급하지 않아 유학생이 타는 것은 모두 불법 오토바이"라며 "위험할 뿐 아니라 장물일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학생 정모씨가 지난해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사고로 식물인간 가까운 중상을 당했다"며 "같이 있던 유학생 친구가 신고를 했는데 술 마신 게 적발돼 사건 수습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중국 모대학 유학생 4학년생인 박모씨는 지난해 여름 중국 공안(경찰)에 구속돼 베이징 외곽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알고 지내던 같은 유학생 여자 친구를 강간한 혐의다. 방황하는 유학생이 물론 전부는 아니다. 대사관측이 지난해 한때 한국인 유학생에게 자숙을 당부하는 길거리 캠페인을 검토하다 취소한 것은 유학생 전체를 호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 유학생의 폭발이 21세기 강대국에 정통한 전문가의 밑천이 돼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현실화하려면 중국에 올인하면 뭔가 되겠지 하는 막연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보다 20년 앞서 중국과 수교한 일본을 앞지른 건 유학생 수만이 아니다. 2004년엔 대(對) 중국 투자를 앞질렀고,작년엔 중국 방문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일본인을 추월해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 중국 접근도 속도조절을 하며 더욱 치밀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 때가 됐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