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폭풍전야] (中) 기업들 로펌 선택폭 넓어져


독일 법조계에선 '독일 변호사는 책을 끼고 살며 영국과 미국 변호사는 계약서만 생각하며 산다'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 변호사들이 법 이론에 강한 데 비해 영국과 미국 변호사들은 계약 및 실무에 밝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재판을 통해 형성된 독일 판례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영국과 미국의 계약서가 국제 표준이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독일과 영미계 로펌은 98년 독일 법률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뤘다.


그 결과 계약과 협상이 중심이 된 기업 자문에서는 영미계 로펌이,각종 소송 대리와 소송 관련 자문은 독일 로펌들이 강세를 보였다.
결국 독일 기업들과 국민은 자국의 법률시장 개방을 통해 자문과 소송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받게 됐다.


루돌프 라우다 프랑크푸르트 변호사회 사무총장은 "법률시장 개방으로 법률 서비스별로 가격 차별화가 이뤄졌다"며 "소비자들은 가격대별로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에선 법률시장 개방 이후 벤츠 도이체방크 등 세계화된 독일 대기업들은 비싼 자문료를 감당하더라도 해외 진출 등 국제적 거래가 있을 때마다 영미계 글로벌 로펌을 찾았다.
독일 토종 로펌과 달리 영미계 로펌들은 국제적 기반을 통해 거래 상대가 속해 있는 나라의 사정에도 밝기 때문이다.


시장 개방 전 독일 로펌과 현지 로펌으로부터 동시에 자문을 구해야 했던 기업들은 결과적으로 더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독일 기업들은 토종 로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자국이나 유럽 단위의 거래는 국내 로펌을 이용했다.
중소형 로펌의 시간당 변호사 자문료가 영미계 로펌보다 100유로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최근에는 법률시장 개방 이후 명성만 믿고 무작정 영미계 로펌을 찾았던 독일 내 중소기업들도 다시 변호사 30명 수준의 중소형 독일 로펌을 이용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은 일반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됐다.


외국 상품에 하자가 있을 경우 보다 쉽게 법률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 국민이 프랑스 제품을 산 뒤 문제점이 발견되면 독일어를 할 줄 아는 프랑스 변호사나 프랑스 변호사 자격을 가진 독일 변호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뮌헨에서 특허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손동욱 독일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경우 사안마다 담당자가 달라 중소기업들에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독일 내 기업들이 최근 자신만 전담해 줄 수 있는 파트너 변호사를 찾아 중소형 독일 로펌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