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000억원 사회환원.헌법소원 취하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000억원을 조건없이 사회에 환원하고 주요 계열사들의 사회공헌 활동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공정거래법 11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전격 취하하고 구조조정본부의 역할과 조직도 축소키로 했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7일 서울 삼성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안기부 'X파일' 파문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한 뒤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이 지적해주신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발표 내용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공헌 용도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사재 출연에 대해 이 본부장은 "에버랜드 CB 등 증여문제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을 깊이 사과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8000억원의 구체적인 내역은 이 회장 일가와 삼성계열사들이 설립한 장학재단 기금 4500억원과 지난해 사망한 이 회장의 막내딸 윤형씨가 남긴 재산 등 3500억원이다.

삼성은 이처럼 조건없는 사회 헌납을 통해 그동안 반(反) 삼성 여론의 빌미가 됐던 '세금 없는 경영권 상속' 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11조에 대해 지난해 6월 제기해놓은 헌법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등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키로 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온 정치권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룹 법무실을 구조본에서 떼어내고 계열사들의 자율 경영을 확대하는 등 그룹 전반의 구조 개편을 단행키로 했다.

삼성이 이처럼 정부 및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의 요구를 전폭 수용함으로써 삼성에 대한 비판 내지는 견제 여론이 우호적으로 반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