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私財 환원 발표 ‥ "에버랜드 상장해야 할 상황오나" 촉각

삼성그룹의 '2·7 발표'를 계기로 장차 삼성 내부에 어떤 변화가 불어닥칠지에 대해 다양한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지배구조와 경영구조 등에서 주요 시민단체가 요구해온 많은 사안들에 대해 전향적인 수용의사를 밝혔지만 막상 개별적으로 보면 사후에 수습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적지 않은 데다 삼성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여러가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향후 과제가 산적한 탓인지 8일 구조조정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6,27층도 하루 종일 부산한 모습이었다.




현재 삼성이 내부적으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야는 에버랜드의 상장 가능성이 대두되느냐 여부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금산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삼성의 바람과는 달리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25.6%) 중 5%를 초과한 지분은 일정기간 유예를 거쳐 매각하는'쪽으로 결론이 나면 삼성은 무척 곤혹스런 지경에 놓이게 된다.


전날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이미 국회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태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카드의 에버랜드 초과 지분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 분위기로서는 이 같은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한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5%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한나라당은 초과지분에 대해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녀들이 비상장주식 처분을 통해 사재를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경우에 따라 에버랜드 상장문제에 불똥을 튀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지난해 11월 사망한 막내딸 고(故) 윤형씨 외에 장녀 부진씨와 차녀 서현씨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의 상당 부분은 비상장사인 에버랜드와 SDS 주식이다.

에버랜드의 경우 이재용 상무는 25.1%,부진·서현·윤형씨는 각각 8.4%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SDS에서는 이 상무가 9.1%,부진·서현씨가 각각 4.6%의 주주로 등재돼 있다.


삼성은 이들이 비상장 주식을 당장 처분할 길이 없어 일단 이건희 회장 재산으로 대납(?)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자녀들도 삼성 계열사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산법과 재산환원 문제가 묘하게 꼬여(삼성 입장에서) 에버랜드를 상장시켜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 삼성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장을 전후로 이 회장 자녀들에 대한 편법 증여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큰 데다 그룹의 지주회사를 증권시장에 공개하는 데 따른 위험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용인 에버랜드를 비롯해 엄청난 부동산을 갖고 있는 에버랜드가 자산 재평가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에버랜드 주식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이 회장 자녀들이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또 다시 끔찍한 악몽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