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0.25%P 인상] "앞으론 경기상황 따라 금리 조정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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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콜 금리를 다시 인상한 데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해 보자는 계산도 저변에 깔려 있다.
한은은 콜금리가 4%대에 진입함에 따라 저금리에서 비롯된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콜 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콜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환율 유가 등 대외 변수가 연초부터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데도 콜금리 인상 카드를 선택한 것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의 회복 강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박 총재는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5%대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금통위의 콜금리 인상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안정 겨냥
부동산 가격 상승이 최근 몇 달간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부동산 문제는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 사항 중 하나일 뿐 직접적인 고려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시장 은 박 총재가 지난해부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중앙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 왔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당분간 콜금리 동결할 듯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콜금리 인상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당장 콜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었다는 게 통화정책 당국자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세 차례 인상으로 콜금리가 4%대로 올라선 만큼 이제는 저금리의 폐해를 걱정해야 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총재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우선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앞으로는 콜금리를 올릴 수도,내릴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신중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던 지난달의 발언과 비교할 때 상당한 입장 변화가 느껴지는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박 총재는 또 "지금까지는 중기적인 시각에서 콜금리를 인상했으나 이제 단기적인 시각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저금리로 인한 자산가격 버블 등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향후 경기 상황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