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性] 밸런타인데이를 '중년의 날'로

로맨틱한 키스와 꽃 한 송이 연애시절. 그러나 결혼이라는 굴레에 묶이는 순간,낭만은 서서히 사라진다. 중년 부부들의 연애시절은 주머니사정은 별로였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다. 수십년 살다 보니 부부는 서로 지루해하고 있다. 이제 며칠 있으면 밸런타인데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 주는 날! 사랑을 고백하는 날! 남의 나라 풍습에 왜 난리들이냐느니,상술이라느니 쓴소리를 해대는 사람들이 많다.


중년들이여,개의치 마라. 얼마 남지 않은 인생후반기 이런저런 이유로 다 건너뛰면 남는 게 없다. 기회는 잡아야 기회다.
속으로 젊은 것들 노는 거 은근히 부러워만 하지 말고 '중년의 날'로 바꾸자. 2월14일에는 출근하는 남편에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찍 들어오시라'고 속삭여보라.


그런 말을 들어본 기억조차 까마득한 남편들은 겉으론 시큰둥해하지만 내심 호기심을 발동하고 심지어 흥분할지도 모른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이벤트를 준비해야 한다. 신문을 구석구석 뒤지든,인터넷을 서핑하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그럴듯한 행사준비를 하자. 어떤 때는 본 게임보다 준비게임이 더 즐거울 수 있다.
"어디 와인바는 단 둘이 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지? 어디 가면 키스를 할 수 있는 연인들만의 장소가 있다던데… 촛불이 켜진 어떤 레스토랑에선 분위기를 아주 감미롭게 연출할 수 있다던데… 어디는 왕과 왕비로 대접하는 데가 있다던데…." 여기저기 저울질하고 빈틈없는 계획을 세워라. 그런 다음 샴페인이랑 섹시한 슬립도 준비해 보라. 정력에 좋은 초콜릿은 필수다.


한편 직장에 나간 남편은 회사 여직원들이 하나씩 가져다 주는 초콜릿을 바라보며 아주 잠깐 아내를 생각한다. 나름대로 저녁에 집에 들어갔을 때의 장면을 그려보고 자신을 돌아본다. 아내에게 사랑은 받고 싶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내를 사랑했는지 스스로 물어보자.


언제부터인가 시큰둥한 사이,이벤트도 없고 선물이라도 하려면 돈 걱정부터 드는 사이가 돼버린 그들. 더 이상의 기대와 설렘이 없는 부부들이여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봅시다.
남편들이 행동해야 한다.


"우리 마누라는 밸런타인데이가 뭔지나 알까? 아마 알기는 알겠지만 매스컴에서 너무 떠들어댄다고 신경질이나 부리고 있겠지. 젊은 것들 비싼 초콜릿 산다고 핏대 올려가면서…. 서양풍습을 따라한다고 욕을 할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 꿀꿀한 자신의 마음을 아내에게 덮어씌우려는 중년 남편은 비굴하다.
남편들이여,행동도 해보지 않고 제발 지레 짐작부터 하지 맙시다.


"땡삐 같은 아내가 톡톡 쏘기나 하지 뭘 준비했을 리 없지. 에이 술이나 마시고 들어갈까?"


아내가 큰 용기를 내 준비한 초콜릿을 놓고 사고치는 남편들도 있다.


"유치하게 이런 걸 왜 사? 애들도 아니고. 장사하는 놈들이 초콜릿 팔아먹으려고 그런단 말야…."


식어버린 관계를 되살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아내가 초콜릿을 준비했을리 만무하다고 생각되는 남편은 자신이 먼저 준비해보라.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고 하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준다고 누가 뭐랄까?
역발상은 이런 데 써먹는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거꾸로'를 해보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축제는 즐기면 된다. 누가 샀느냐,누가 먼저 준비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부부가 마주 보고 웃으며 그 밤이 행복하면 그 뿐이다. 중년들이여 밸런타인데이를 에로틱하고 로맨틱하게 보내자. '중년의 밤'으로 만들자.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