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은 간에 안좋다?..체질맞으면 전혀 무해

4년 전에 절친한 친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의를 해왔다. 그 내용을 들어보니 동생이 간경화 단계로 진입했다고 한다. 이미 상당히 진행되었다고 했다. 동생은 간경화로 군대에도 못 가고 아무런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일단 진료를 해보기로 하고 지방에 있는 동생을 친구 집으로 불러올려 치료를 시작했다. 체질은 태양인.그날 이후 모든 양약을 중단시키고 체질약만 복용시키면서 철저하게 체질 음식만을 먹게 했다. 물론 체질침을 병행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약을 6개월 정도 복용하면서 건강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기 시작해 침치료는 멈췄다. 지방의 본 집에 내려 보내면서 철저한 체질식사를 주문했다. 약 1년 후 간경화가 완치됐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감격스러워하며 전화가 왔다. 그렇게 좋아졌구나 하며 잊고 살았는데 수일 전 그 친구 동생이 결혼한다며 인사를 와서 하는 말이 두 번째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줬으니 주례를 서달라고 했다. 아직 인생의 경륜이 일천함을 이해시키고 극구 사양할 수밖에 없었지만 의사로 살아가면서 가장 큰 기쁨을 누렸다고 생각한다. 약을 상당 기간 장복하는 경우 으레 환자 등으로부터 간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하는 모습을 본다. 주변에서도 한약을 오래 먹으면 간에 해롭다는 말을 한다. 한약에 대해 어설픈 전문가가 너무 많다. '한약은 간에 해롭다'는 말은 옳은 말일까,틀린 말일까. 전제조건에 따라서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체질과 병증에 맞는 한약'이란 전제 조건이 갖춰지면 '한약은 전혀 해롭지 않고 오히려 이롭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체질과 병증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이다. 그런데 보통명사로서의 '한약'을 모두 간에 해롭다고 하면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평소에 즐겨 먹는 많은 음식들이 약재로 쓰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웰빙식품'은 모두 한약재다. 파 마늘 콩 도라지 연뿌리 칡뿌리 마 생강 미나리 고사리 홍삼 등 그 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한약재를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음식들이 자기의 체질과 병증에 맞는지를 검증하지 않고 먹는 것이 문제다. 안보국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