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자본시장통합법 정착 매진"


증권업계는 요즘 어느때보다도 '제2의 도약'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올해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돼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나올 법적·제도적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대형화·전문화에 성공한 외국 증권사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시장상황도 좋은 편이다.


주가는 사상 최고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고, 주식형 펀드 자금은 30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업계로서는 올해 최고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은 "올해가 자본시장 발전의 원년이 될 수 있다"며 "증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협회가 공조체제를 주도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구조조정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을 만나 증권산업의 미래와 주식시장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자본시장 통합법에 대해 업계의 기대가 큰 것 같다.


"사실 그동안 증권부문에만 엄격히 세분화된 '전업주의'가 적용됐다.


은행은 국공채 인수,파생상품거래 등 사실상 증권업을 하고 있지만 증권회사는 증권,자산운용회사는 자산운용밖에 하지 못했다.
신탁업도 지난해 말에야 허용됐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금융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고,다행히 정부도 자본시장 육성의 필요성을 공감해 법제정을 추진하게 됐다.


통합법이 시행되면 유가증권의 개념도 '포괄주의'로 전환되기 때문에 자본시장의 규모가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금융투자회사의 출현도 기대할 수 있다."


-자본시장 통합법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이제 공은 증권사로 넘어왔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신탁업에 진출할 때도 그랬지만 협회와 증권사들이 공동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외국증권사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팀이 해외에 나가 있다.


대형화와 전문화가 불가피하다.


개별 증권사들이 살이 찐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협회가 나서 구조개편을 유도할 수도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금융투자회사들이 나오려면 증권업계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고 있는 양상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국내 주식시장은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을 거치겠지만 장기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본다.


1300 선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기관이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고 장기 안정적인 간접투자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주변 자금들도 건전하다.


지난해부터 국민연금 등의 각종 연기금에서 주식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이들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연기금이 주식시장의 최대 '큰손'이다.


주식투자 비중을 보면 미국에선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가 66%에 달하고 일본도 후생성 기금이 35%나 되지만 국내 연기금은 10% 미만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연기금 투자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증권업계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같으면 안절부절 못했을 조정장에서도 지금은 모두 담담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미수금이 증시불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증권사들이 이익에 집착해 교란요인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미수금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다.


미수금이 불안요인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주가하락의 근원을 일방적으로 미수금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 최대주주인 증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협회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거래소 상장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가 동북아 금융허브 달성과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국가적인 인프라인 거래소가 상장돼 수익성 향상에 치중할 경우 공익성과 상충될 소지는 있다.


그래서 지배구조 개선,시장감시기능의 독립성 확보 등 보완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되는 잉여금의 일정 부분을 공익을 위해 쓰겠다고 하는데 주주인 증권사들과의 컨센서스가 중요하다.


잉여금을 올바르게 쓰는 방법을 함께 협의한다면 회원사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증권업협회가 능률협회에서 주는 고객만족 최우수상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금융서비스산업에서는 고객만족이 조직의 경쟁력을 크게 좌우한다고 믿고 있다.


과거 대우증권 기획담당 임원 시절과 메리츠증권 사장 재직 시 고객만족운동을 추진했었다.


협회는 자율규제와 회원서비스 업무를 하고 있는데,규제도 하나의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전문화가 필수적이다.


전문가가 돼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그래서 협회장으로 취임한 다음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순환보직제를 없앤 것이다."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는 것이다.


어느 국회의원 한 분을 만났더니 '우리나라는 산업과 금융을 연결해주는 파이낸싱 기능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바로 기업에 자금을 조달해주는 제대로 된 파이낸싱 기능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채권시장 활성화방안도 주요 과제다.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전문 딜러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채권시장을 장내 거래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딜러들은 단순 브로커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투자자교육협의회는 올해 전국 조직을 갖추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것이다.


올바른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교육은 물론 투자자보호를 위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할 생각이다."


-지난해 새로 출범한 프리보드 시장은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매매방식이 '상대매매'인 데다 양도세 과세 등 세제문제가 생각보다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스닥시장과 차별화된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쉽지는 않았다.


제도 개선은 정부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본다."
글=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


사진=김정욱 기자 ha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