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본' 공정위-재계 설전] 姜 "권한만 부려" 李 "건설적 역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장들이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을 놓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10일 낮1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공정위원장과 1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간담회에서다. 강 위원장은 구조본이 권한을 부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조직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자 일부 구조본부장들이 아직도 정부가 오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행사는 강 위원장이 구조본부장들에게 각 그룹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졸업기준을 맞춰 가급적 빨리 졸업해줄 것을 당부하고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초청된 구조본부장들도 출자총액제 적용을 받거나 곧 받게 될 그룹이 대상이었다. 논쟁은 간담회 도중 강 위원장이 지난 8일 삼성그룹의 구조본 기능 축소 발표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강 위원장은 "삼성이 최근 구조본 인력을 줄이고 역할도 재정립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문을 연 뒤 "구조본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지만 개인 지배주주의 지배를 보좌하는 기능은 권한을 부리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듣고만 있던 이학수 삼성 구조본부장이 발언을 요청해 "그 말씀은 구조본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고 들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구조본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재계의 구조본이 그동안 많은 변화를 했지만 아직도 정부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구조본의 역기능은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그룹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렇다고 해도 구조본은 과거보다 투명한 경영이 필요하다"면서 "구조본이 쓰는 경비도 공개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브리핑에서 "오늘 가장 뜨겁게 토론한 부분이 구조본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조본에 관련해 들어온 재계의 제안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검토할 것이 없다"고 밝혀 뜨거운 토론에도 불구,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구조본 활동 내용과 경비조달 경비사용 내역,계열사 간 비용분담 계약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타 부처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학수 본부장의 '구조본의 순기능' 발언에 대해서는 일부 다른 그룹 구조본부장들이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설전에 대해 "이 본부장은 삼성 구조본이 그룹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을 뿐 아니라 글로벌 삼성의 브랜드 정립에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강 위원장이 '구조본의 기능을 개인 재벌총수의 사적이익에만 너무 봉사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몰아붙이자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일훈·김현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