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A to Z] (24) 불안한 미래 투잡스로 대비를

유통 관련 대기업에 다니는 임모씨(45)는 직업이 세 개다. 평일 낮에는 회사에서 마케팅 담당 부장으로 일하지만 저녁에는 홍대입구 와인바의 사장이 된다. 주말에는 신촌에 있는 커피전문점 사장으로 변신한다. 와인바와 커피전문점의 경우 따로 경영인을 두고 있지만 임씨는 저녁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틈틈이 매장을 챙긴다. 그는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몰라 늘 불안감에 시달려왔다"며 "부동산은 규제가 너무 많고,주식은 불안정해 창업을 재테크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자금만 투자하고 창업부터 경영까지 모두 전문가에게 맡기는 '투자형 창업'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형 창업이란 사업에 지분을 투자한 뒤 그 지분만큼 수익을 배당받는 것을 말한다. 대신 마케팅이나 직원 관리 등 매장 운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투자 수익률은 떨어지지만 시간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는 데다 일반 금융투자보다 수익성도 좋다. 투자형 창업을 한 원병훈씨는 "업종과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매출액의 8∼15%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 수익률보다는 훨씬 높다"고 말했다. 퇴직 후 자신이 매장을 직접 운영하더라도 일단 매출을 안정시키고 전문 경영인에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투자형 창업의 매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투자형 창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 가운데에는 용돈도 벌면서 창업 경험을 쌓기 위해 동료들끼리 돈을 모아 공동으로 창업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이 같은 투자형 창업은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샌드위치 전문점,맥주 전문점 등 음식료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에는 주말을 이용해 출장 서비스를 하는 기술형 업종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영상편집 사업 등에도 적용되는 추세다. 골프연습장이나 골프장 등에 설치하면 매달 고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골프채 자동 클리닝 기기 등 자판기 형태의 업종들과 피부관리,다이어트 센터 등 전문적인 분야도 투자형 창업의 관심 대상이다. 최근에는 투자형 창업자를 겨냥한 '위탁 경영 프랜차이즈 창업'이 각광받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새로 여는 매장에 투자자가 자본이나 건물을 투자하면 본사나 제3자가 일체의 점포 운영을 도맡아 하는 형태다. 매장마다 별도 법인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각 매장의 사업주는 결국 투자자가 되는 셈이다. 투자형 창업 역시 일반 창업과 마찬가지로 업종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은 업종을 골라야 한다. 반짝 유행 아이템에 끌려 충동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위탁 경영 프랜차이즈 사업에 투자할 때는 본사의 운영 및 관리시스템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현장에서 늘 고객을 대해야 하는 업종의 특성상 안정된 운영자의 존재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여러 사람과 공동으로 투자할 때는 수익금을 분배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해 가급적 매출 규모가 큰 아이템을 택해야 한다. 객단가가 높은 고기집 호프집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투자자와 경영자 간 혹은 투자자들 간에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으므로 사전에 상호 간 권리와 의무사항,이익분배,역할분담 등을 확실하게 정해놓는 것도 필요하다. 보다 중요한 점은 투자형 창업에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해 본업에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