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골퍼들의 유토피아 '레프티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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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3도, 체감온도 영하 23도 그리고 강풍에 눈까지 내렸지만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얀 입김이 절로 나오는 일요일 아침, 온통 은백의 세상이 되어버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부설 드림골프레인지 연습장에는 15여명의 레프티들이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저마다 연습에 몰두 하고 있었다.
여느 골프연습장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300타석 중에 2%인 6타석만이 레프티들 몫인 바, 6타석 모두를 이들이 차지한 것은 당연지사.
과연 일반오른손잡이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과는 또 다른 그 무엇이 느껴진다.
사실 그들의 주거지는 인천이 아닌 일산, 분당, 서울 등이었다.
톨게이트비는 물론 전용 고속도로통행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그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레프티골프' 클럽의 회원들은 왼손잡이골퍼라는 이유 하나로 국내의 각종 불이익과 편견 등에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회원 오헌석씨(회사원)는 "남들은 아직 자고 있을 눈 오고 추운 겨울아침, 이처럼 모여서 연습을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왼손잡이 골퍼라는 것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골프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를 알리려면 우선 개개인의 실력을 다듬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생각에 모두들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죠!"라고 말한다.
현재 [레프티골프]의 회원수는 약 400여명 정도이며,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모든 도시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2005년도 천안 우정힐스에서 열린 한국오픈에 참가한 2003년도 마스터스 우승자인 왼손잡이골퍼 마이크위어를 공항 환영에서부터 시작해서 4일 동안의 경기 내내 응원전을 펼친 이들의 활동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단한 열정으로 매월 정기라운딩, 연습장모임 및 이론교육 등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동호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왼손잡이 골퍼들도 많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정기 라운드 시에는 꼭 한두 명의 여성 왼손잡이 골퍼들이 참여를 한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먼저 왼손잡이 골프와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것이며,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형태로 바꾸어서 골프를 시작하도록 강요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오른손잡이 위주로 운용되고 있는 현 골프사회에 왼손잡이 골퍼들의 존재를 알려서 왼손잡이 골퍼를 대하는 사회의 시각을 바꾸고, 왼손잡이 골퍼를 배려한 골프용품이나 시설, 관련 책자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골프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레프티회원'들의 모습에서 프론티어의 자신에 찬 눈빛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열정과 자부심은 앞으로 국내 대회에서도 왼손잡이가 우승할 날이 멀지 않았음 말해 주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