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도 '시한폭탄'] (上) 의약분업이후 적자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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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이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77년 건강보험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건보 재정은 지속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첫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6년. 그러나 이후에도 누적 수지는 계속 흑자 기조였다. 적자의 늪으로 빠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의약분업 시행이었다.
2000년도 의약 분쟁 때 정부는 의료계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의료행위 수가를 한 해에 무려 세 차례나 올려 준다. 이 때문에 2000년 9조250억원이었던 지출 규모가 2001년엔 13조1574억원으로 늘어났다. 한 해 만에 액수로는 무려 4조1324억원,비율로는 45.8%의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재정이 무사할 리 없다. 누적 수지는 당해 첫 적자(1조8109억원)를 기록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화 특별법'(2002년 1월)을 제정하고 재정 지원을 시작했다.
지원 방식은 직장과 지역건강보험 중 지역 건보 재정에만 지출액의 50%를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정부 일반 회계에서 지역 건보 지출의 40%를,담뱃값에 붙는 국민건강증진 기금에서 10%를 대기로 했다. 직장인들은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해 주고 있어 지역 가입자만 지원 대상이 됐다.
2002년 첫 해 지원금은 3조139억원. 이후 3조원대의 지원을 계속 받아 건보 재정은 2003년 당기 흑자를 기록하고 이듬해엔 757억원의 누적수지 흑자까지 냈다.
지원 방식은 바뀌지 않아 지난해 1조2545억원의 누적 흑자를 쌓고도 올해 3조9411억원의 재정 지원을 더 받게 된다. 지원 시한과 방식을 명기한 특별법은 올해가 시한. 정부는 재정 지원을 계속하되 지원 방식은 바꾼다는 생각이다. 지금같이 지역 건보 재정의 지출금 중 50%를 지원하면 고소득 가입자나 저소득 가입자나 똑같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 이를 소득별로 차별 지원하려는 아이디어다.
지출액의 절반을 뚝 떼서 매년 지원하게 되면 자율적인 지출 구조조정 노력을 유인할 수 없으며 향후 재정 부담이 엄청날 것이라는 재정학자들의 지적도 염두에 두고 있다. 같이 세금을 내는데 지역 가입자들만 세금으로 보험료를 지원한다는 납세자들의 목소리도 부담이다.
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우선 현재 지원 방식으로 어느 계층에서 얼마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를 따져본 후 연내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