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사랑도 음악처럼 '불타는 도전'‥'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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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뮤지션 자니 캐시(호아킨 피닉스)의 삶을 밀어가는 추동력은 가족의 무시와 비난에 대한 반항과 도전욕이다. 아버지는 어릴 때 숨진 큰아들(자니의 형) 대신 말썽쟁이 동생 자니를 잃었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아내는 자신보다 음악에 몰두하는 남편 자니가 못마땅하다. 어머니도 자니에 대해 방관자에 가까운 태도를 취할 뿐이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앙코르'에서 자니 캐시는 가족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에 도전해 꿈을 이루고자 한다. '백인 컨트리음악의 전설'로 불린 자니 캐시(1932~2003)의 음악과 삶을 그린 이 전기영화는 '소울의 대부'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레이'처럼 주인공의 삶과 내면의 모습을 읽는 통찰력이 뛰어나다.
신체장애가 창조력의 원천이 됐던 레이처럼 콤플렉스는 자니의 힘이 된다. 부와 명예를 이루게 되는 과정,마약과의 투쟁,로맨스 등 영화의 핵심요소들도 '레이'와 유사하다. 불안한 삶의 여정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때 감동이 배가되는 이야기 구조도 엇비슷하다.
그러나 '레이'에선 주인공의 로맨스가 음악혼과 무관하지만 '앙코르'의 자니에게는 사랑이 음악혼과 짝을 이루고 있다. 그는 아내가 있지만 동료가수 준 카터(리즈 위더스푼)에게 40번이나 청혼한다. 자니에게는 사랑도 음악처럼 도전욕의 대상이다.
자니가 음악에 무관심한 가족으로부터 무시당하는 장면과 자니의 음악을 아껴주는 카터의 가족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장면이 대비되는 것도 사랑과 음악이 공동운명체임을 보여준다.
주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은 노래를 자신들의 육성으로 녹음했다고 한다. 호아킨 피닉스는 '기차처럼 안정돼 있지만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면모도 지닌' 자니의 목소리를 훌륭하게 재현했다. 자니가 공연도중 마약중독으로 쓰러지기 직전 내면의 악마성을 표출하는 연기도 빼어나다. 리즈 위더스푼이 공연현장에서 자니의 40번째 청혼을 망설이다가 수락하는 장면 연기는 사뭇 감동적이다.
3월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