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부동산정책 일관성이 문제다

문희수 요즘 부동산시장에서는 '똑똑한 집 한 채 갖기'가 유행이다.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고 2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기왕에 집 한 채만 갖는다면 '강남에 터를 잡겠다'는 인식도 팽배해지고 있다. 최근 강남권 집값이 다시 오르는 데는 이런 분위기가 한 몫하고 있다. 시장은 이렇게 살아있는 생물처럼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데도,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자꾸 빗나가고 있다. 특히 대책을 내놓은 이후에 고치고 또 고치는 바람에 처음에 뭘 하려고 했던 것인지,당초 취지가 무엇인지 정체불명이 돼버린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에게 싼 이자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대표적인 '땜질 정책'이다. 시행 3개월여 만에 세 번이나 손질된 결과 대출 대상이 부부합산 3000만원 이하로 대폭 축소되고,대출금리도 연 5.7%(변동금리)로 높아져 은행권의 기존 대출보다 나은 게 없는 용두사미식 대책이 돼버렸다. 지난해 말에는 기금 소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출을 갑자기 중단했고 올 1월에는 35세 미만 단독 세대주를 두 달여 만에 대출대상에서 제외시켜 공연히 혼선만 일으키기도 했다. 건교부는 "대출 수요가 예상보다 많았다"며 "앞으로 기금을 1조원 더 늘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건교부가 불과 두 달 전에 기금을 3000억원 늘리면서 "2006년부터는 최대 3조2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점을 상기해보면 앞으로 또 어떤 손질과 해명이 뒤따를지 모를 일이다. 판교도 정부가 처음엔 "좋은 주택을 싸게 공급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일관성없이 말을 바꾸는 바람에 지금은 결과적으로 월급쟁이들은 가기 힘든 신도시가 돼버렸다. 정부는 분양가가 평당 9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당장 내달 말 분양되는 민간아파트 33평형은 4억원으로 평당 1200만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작년 6월 예정이었던 분양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 3월로 잇따라 연기된 것이 분양가가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설사 당첨이 되더라도 입주할 때까지 은행 대출 외에 최소한 현금 2억8000만원이 필요한 판이니 판교는 샐러리맨들에겐 '남의 잔치'처럼 돼버렸다. 건교부는 이런 와중에 올해부터 아파트 2000가구 이상을 한번에 공급할 때 주택품질등급까지 매기겠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몫으로 해도 될 일이건만,건교부는 쓸 데 없는 규제라는 지적이 있건 말건 '관치(官治)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정부와 여당이 청약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과연 잘 될지 조마조마하다. 무주택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지만,상대적으로 젊은 신혼부부나 집을 좀 넓혀보려는 보통시민들은 당첨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어 설득과 조정이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가 723만명이 넘는 청약통장 보유자의 이해관계가 걸린 중대 사안에 자칫 '표가 되면 한다'는 정치논리를 수용해 공연히 시장에 또 다른 소동을 일으키지 않을지 정말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