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출자총액제한 폐지가 근본 해법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제 당정협의를 갖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상당폭 완화키로 합의했다.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에도 소유지배 괴리도·의결권 승수(乘數) 졸업기준을 적용하고,구조조정 기업 인수를 위한 대기업 출자를 허용하는 등 예외인정 범위를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 정도나마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부담을 줄이면서, 외국자본에 의한 무차별적 국내기업 사냥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조치가 적용되면 한전 KT 포스코 철도공사 등이 출자제한 대상에서 빠지고,옛 대우 계열사들을 국내 대기업이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동안 출자제한제도는 충분한 여력(餘力)이 있는 기업의 투자까지 막아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무방비로 방치하면서 국내 기업의 인수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역차별(逆差別) 규제라는 점에서 어느때보다 제도개선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결국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볼 수 없고 보면, 이 제도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번 완화조치에도 불구하고 '자산 6조원 이상'이라는 출자총액제한 적용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기업들의 자산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예전의 잣대로 여전히 기업 투자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투자규제로 우리 기업의 손발을 묶고 외국 기업과 경쟁하라는 식이다. 그 결과가 경제의 성장동력과 기업의욕을 훼손하고 투자부진을 심화시켜 일자리 창출마저 어렵게 하는 부작용만 키우고 있음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이번처럼 제도를 그대로 둔채 자꾸 예외조치를 적용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이미 제도의 존치(存置)의미가 퇴색된데다 실효성도 없는 출자제한제도의 껍데기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올해 끝나면 그 시행 결과를 봐서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당장이라도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