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부재지주 농지 "이제와서 이행 강제금 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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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올 9월 농지실태 전면조사를 통해 비자경 부재지주를 철저히 가려내 이행강제금을 원칙대로 부과키로 한 데 대해 소액 투자자들은 3일 "농지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무슨 소리냐"며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로 기획부동산 중개나 영농조합 투자 형태로 소규모 농지를 샀던 이들은 특히 농촌공사 산하 농지은행이 농업진흥지역 내에서는 1000㎡(302.5평) 미만,농업진흥지역 바깥은 1500㎡(453.75평) 미만의 농지를 임대위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에 당황하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영화씨(48)는 "토지를 매입할 당시에는 이런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지금 와서 오히려 1996년부터 시행돼 왔던 것을 왜 몰랐냐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행정복합도시 인근이나 경기도 파주 등지에서 300~400평 정도의 농지를 평당 50만~60만원까지 주고 매입한 외지 투자자들은 처분을 하더라도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경'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파주 K공인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과 안면을 익혀 수시로 품을 사서 농지를 관리하면서 틈틈이 비료값 등의 영수증을 모으면 자경을 위장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 자경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의견을 제시하는 이장과 농지관리위원들의 입지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은 "자경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객관적인 잣대를 적용하기 힘들어 해당 지역 이장의 의견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외부투자자와 단속에 나선 지자체 양쪽 모두에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행강제금 부과조치가 취지대로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영남 농지114 사장은 "300평 정도의 논을 경작하는 데는 모내기 기간과 벼베기 기간 등을 포함해 연 21일이면 충분해 자경농과 비자경농을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매물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길 삼성어드바이저 과장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은 자경하기도 쉽고 부재지주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경남 전남 등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곳의 땅은 매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이상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