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 파병 1년 7개월 … 이라크 아르빌을 가다

2004년 8월 파병된 자이툰부대가 이라크 아르빌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펼쳐온 무료 진료,직업교육,마을 재건 프로그램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대민지원사업 효과 덕택인지 지난해 6월부터 아르빌 지역에서는 단 한 건의 테러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이툰부대의 대민지원사업은 이라크에 파병한 20여개 나라 사이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 1일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 지휘관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자이툰부대 같은 작전 (Zaytun－like Operation)을 펼쳐라"라며 자이툰부대의 대민지원사업을 벤치마킹할 것을 지시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오는 6일 미군 지휘관들이 모슬지역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기 위해 자이툰 기술교육센터를 방문,대민지원사업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받을 예정이다. ◆기술교육 마치면 취업 보장 이라크 북부도시 아르빌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하룰레르 공항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자이툰부대 내 기술교육센터.지난 4일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 건물 여러 채가 들어선 이 센터의 야외 교육장에서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등이 땅을 파는 등 반복 작업을 계속했다. 사막 위장복 차림의 교관인 자이툰 부대원(부사관)의 지시에 따라 현지 '주민 학생'들이 열심히 중장비 운전을 연습하고 있었다. 자이툰부대는 실업난을 겪고 있는 현지 주민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기 위해 지난해 2월 14억원을 들여 이 센터를 설립했다. 현대자동차가 지원하는 자동차정비 과정을 비롯 가전제품 수리,중장비 운전,컴퓨터,제과제빵 등 총 7개 과정이 개설돼 있다. 8주 과정을 마치면 정부기관 민간기업 외국계기업 등에 100% 취업이 보장된다는 매력 때문에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기술교육센터는 지금까지 4개 기수 606명의 교육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5기 170명이 교육받고 있다. 최근 모집한 6기생(150명) 선발에는 총 1112명이 지원해 8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센터를 수료한 20대 일부는 아르빌시의 고급 공무원 월급보다 많은 월 500∼1000달러가량의 봉급을 받는다. 월 150달러의 발전기 기술자로 일하던 마리완(24)과 라스완씨(24)는 가전제품 수리과정을 마치고 현재 월 500달러를 벌고 있다. 20년 경력의 중학교 교사 급여가 월 400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고소득자가 된 셈이다. 가전제품 수리 교육을 맡고 있는 현지 교관 아라즈(39)는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한국군"이라며 "나태하고 게으른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인과 한몸되기 자이툰부대에서 40여분간 거리인 골락마을에서는 이날 큰 잔치가 열렸다. 자이툰부대가 이 마을을 위해 한 달 동안 벌여온 대민지원사업의 대단원인 초등학교 놀이시설과 오·폐수관 설치 등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부대원과 마을 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씨름 줄다리기 태권도 시범 등 한마당 축제를 가졌다. 현지 초등학생들이 '올챙이송'을 부르자 마을 주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행사장 한 켠에서는 자이툰부대 장병들이 직접 호떡과 붕어빵을 굽고 솜사탕 등을 만들어 어린이와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자이툰부대는 지금까지 연 인원 500여명을 투입,골락마을 외 24개 마을에서 이 같은 대민지원사업을 펼쳤다. 자이툰부대 입구에 32개 병상 규모로 운영 중인 자이툰병원의 인기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군의관 20명과 간호장교 15명 등이 일반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 13개 과목을 진료하고 있다. 자이툰 부대원들을 위한 병원이지만 그동안 2만9000여명의 현지 주민을 진료했다. 사시와 언청이 환자 60여명을 수술했으며,이날도 골절 환자 등 현지인 5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무료 진료인데다 한국인 의료진의 의술이 뛰어난 것 때문인지 정부 고위 관계자들까지 국립병원 대신 이곳을 찾기도 한다. 정승조 자이툰부대장(소장)은 "과거 우리의 새마을운동처럼 지역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 대민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빌(이라크)＝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