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 (2) 서울 명동..창업 포인트/명동 이런 장사 돈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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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상권은 크게 두 구역으로 뚜렷이 나뉜다.
아바타몰과 명동성당을 잇는 문화거리를 경계로 1·3번가,중앙로 등으로 이뤄지는 쇼핑중심 구역(남쪽 상권)과 외환은행 본점 및 중소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업무중심 구역(북쪽 상권)이 바로 그것.태평양의 강춘남 이니스프리 영업팀장은 "쇼핑중심 구역에서 돈을 쓰는 계층은 20대 여성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점포들이 취급하는 상품과 인테리어도 철저히 이들 취향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업본부장은 "남쪽 상권에 진입하려는 창업자라면 외식이나 판매 업종보다는 단골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피부관리전문점이나 네일아트숍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식·판매업종은 경쟁이 치열해 수년 안에 투자비용을 뽑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그러나 굳이 패션업종을 택한다면 1·3번가 골목상권에 진입,보세의류나 중저가의 잡화·화장품을 판매하는 게 유명 브랜드와의 경쟁을 피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외식업종이라면 한끼 식사가 되는 든든한 메뉴보다는 간단한 스낵이나 테이크아웃 커피,아이스크림을 취급하는 가게가 유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성들이 장악하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북쪽 상권은 남쪽과 달리 직장인들을 겨냥한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다.
SKC 본사,외환은행 본점,증권사 객장,사채시장 등과 관련된 사람들이 회식을 많이 하는 곳이다.
남쪽 상권에 비해 쇼핑 기능이 약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신축 중인 상가건물들이 완공되면 북쪽 상권도 쇼핑기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편의점업체 훼미리마트 점포개발담당 김영칠 과장은 "신축 중인 한 상가는 지난달 소유권 분양을 완전히 끝냈는데 1층 13평짜리 점포 분양가격이 14억원 선이었다"며 "회전율이 높은 판매업종이 아니면 높은 임대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외식업종은 점차 2,3층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헌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 업무개발팀장은 "북쪽 상권은 1인당 2만~3만원 정도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직장인 고객이 주류"라며 "외식업을 할 경우 싸고 푸짐한 메뉴보다는 숯불에 고기를 굽는 화로구이처럼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식집은 매운탕이 잘 나가는 대중적인 곳보다는 정통일식을 지향하는 고급 업소가 장사가 잘 된다는 게 특징이다.
서 팀장은 "명동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큰손들에 대한 접대 수요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명동상권 '먹는 장사'의 복병은 대형 레스토랑 체인점들의 잇단 진입. 외환은행 본점 인근의 감자탕집 등 전통 음식점들은 TGI 마르셰 등이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면서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줄줄이 밀려나고 있다. 삼겹살집 주인 정운정씨(60)의 경우는 최악이다.
월 임대비 1200만원,점포운영비 800만원,식재료비 2500만원을 충당하려면 한 달에 450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현재 3500만원에 그치고 있다.
그는 "5년 전 총 5억5000만원을 투자해 문을 열었는데 보증금만 5000만원 이상 까먹었다"고 말했다.
명동상권은 신세대 상권인 데다 상주인구가 없는 뜨내기 상권이다보니 밤 장사가 의외로 안된다. 오후 10시만 되면 중앙로 좌우 1·3번가 골목 안 가게들부터 문을 닫는다.
소비자들의 불만도 없지 않다.
모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이하나씨(25)는 "점심 때 가격이 싸면서도 분위기 좋은 식당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게 흠"이라며 "의류점도 상품 질이 비슷비슷해 차라리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