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데이콤‥뼈깎는 구조조정뒤 '벅찬 봄맞이'

데이콤(사장 박종응)은 지난해 창사 23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 1조1336억원,영업이익 1422억원,당기순이익 646억원.8년 만에 주주배당을 실시했고 9년 만에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주당 250원의 배당을 받은 주주들은 "웬일이냐"며 반겼고 직원들은 "얼마 만이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90년대 중반까지 PC통신 '천리안'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데이콤은 이제 긴 '터널'을 빠저나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전화,초고속 인터넷,방송을 결합한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를 앞세워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데이콤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정보통신 전문기업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등장했다. KT가 음성통신을 맡고 데이콤이 데이터통신을 맡는 구도였다. 10년 만인 1991년 '002' 번호를 앞세워 국제전화사업에 뛰어들었다. 1996년엔 시외전화 시장에 들어갔다. PC통신 '천리안'도 잘나갔다. 1997년에는 ADSL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하나로텔레콤의 최대주주(10%)가 됐다. 초고속인터넷은 당시로선 최첨단 기술이었다. KT도 두려워할 사업구조를 데이콤이 가졌다는 게 당시 평가였다. 1999년 68만원까지 올라간 주가는 데이콤의 위상을 대표하는 지표였다. 위기는 1999년 말부터 2000년 사이에 찾아왔다. 전화시장에 별정통신사업자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뛰어들었다. 출혈경쟁이 불가피했고 데이콤 신화는 깨지기 시작했다. 인터넷 포털이 등장하면서 천리안도 위기를 맞았다. 2000년 당기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923억원이나 감소한 것은 4년을 견뎌야 하는 '추운 겨울'을 예고했다. 2001년 순이익이 또 688억원 줄었다. 2002년에는 월드컵 특수로 반짝 살아났으나 2003년 245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불안한 미래를 감지한 데이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핵심인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이 적용됐다. 2001년 콜센터를 분리했다. 대신 68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콜센터 아웃소싱 전문기업인 CIC코리아를 설립했다. 2002년에는 천리안도 떼냈다. 구내식당까지 아웃소싱했다. 업무 축소와 분사,명예퇴직 등으로 많은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2000년 3000여명이던 직원 수가 절반을 간신히 웃도는 1700여명으로 줄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도 이뤄졌다. 넓직하게 사용하던 사옥 중 일부를 임대해 돈을 모았다. 2004년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본사 사옥도 매각했다. 300%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118%로 내려갔다. 상여금 반납과 임금동결이라는 고통도 감내해야 했다. 2001년 상여금을 반납했고 2001,2002,2004년에는 임금이 동결됐다. 자발적으로 매출 10%를 늘리자는 'ADD-10' 운동도 벌였다. 핵심사업도 재정립했다. 기존의 전화와 인터넷사업에 e비즈를 넣어 3대 역량사업을 마련했다. 특히 e비즈 부문의 양대축인 웹하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IDC·대규모 서버를 설치해놓고 필요한 만큼 유료로 빌려쓰게 하는 사업) 등은 새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700억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고 매년 3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박종응 사장은 "직원들이 구조조정의 아픔을 감내하고 현장 위주로 고객만족에 전력을 다한 결과 2004년부터 각종 지표들이 위로 치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데이콤은 낭떠러지로 떨어지면서도 봐둔 '산삼'이 있다. 바로 파워콤이다. 2002년 12월 한전으로부터 인수한 파워콤은 요즘 데이콤의 기를 살리는 '보약'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콤이 자회사인 파워콤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KT나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망에 비해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파워콤의 속도는 100Mbps(초당 100메가비트)를 자랑한다. 영화 1편을 1분 만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속도다. 1시간 이상 걸리는 예전의 초고속인터넷과 상대가 안 되는 셈이다. 전국 아파트단지의 43%에 파워콤망이 깔려 있어 당장 269만 가구가 엑스피트 광랜을 이용할 수 있다. 경쟁사로서는 무서운 존재다. 올해 말까지 파워콤은 600만가구를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망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이미 마련해놨다. 문제는 파워콤과의 합병이다. 이미 합병하겠다고 공개한 만큼 시기만 남았다. 시너지효과는 분명 나타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광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인터넷전화,T뱅킹,TV금융포털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특히 파워콤과 합병하면 데이콤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두루넷을 합병한 하나로텔레콤과 2위를 놓고 겨루게 된다. 하지만 합병이 좋은 결과만을 낳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은 "경쟁사들과 마케팅 싸움이 벌어지면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워콤이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려면 6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며 "결국 파워콤의 수익성 악화는 지분 45.4%를 보유하고 있는 데이콤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파워콤은 마케팅 비용 증가로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데이콤은 파워콤과 합병해야만 제2의 도약을 꿈꿀 수 있는 상황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