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 생태계'를 디자인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래 시나리오'

미래는 과학자들의 영역일까,사회학자들의 영역일까? 흥미롭게도 미래가 생태계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게다가 그들은 생물학자도 아닌 경제학자들이다. 30여년간 미래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세계 주요 기업들의 미래 패러다임 전략을 컨설팅해 온 미래 경제학자 조엘 A 바커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미래 시나리오'(조엘 바커·스콧 에릭슨 공저,정택룡 옮김,위즈덤하우스)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그려 보여주고 있는데 그 핵심에는 기술 생태계가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생태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학적인 생태계가 아니다. 인간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생태계이다. 생태계로서의 미래 기술들은 이미 우리 생활 여기저기에서 꿈틀대고 있다. 그 기술들은 생물학적 생태계처럼 먹이사슬을 형성하기도 하고 공생이나 상호 연결 과정을 통해 지속 성장할 수도 있다. 이 책에 펼쳐진 미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재미있는 내용만 간단하게 언급해보면 이런 식이다. 나노 로봇과 인공장기로 운동하지 않고도 건강한 몸짱이 될 수 있으며,메모리칩을 갈아 끼우듯 정보를 습득하고 교환하는 학습이 일반화되고,자동차는 탄소섬유와 발포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4시간이면 디자인도 맘대로 바꿀 수 있게 된다고 한다. 2050년께엔 인간평균수명이 180세에 달한다고도 예측한다. 그밖에도 이 책에서 보여주는 미래 시나리오는 현기증이 날 만큼 세밀하다. 이것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많은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작가들의 확신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들이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결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미래의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는 한 사람의 소비자가 신제품을 사서 써보느냐 마느냐 수준의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 책에 언급된 한 컴퓨터 제조회사는 새롭게 등장한 에너지 효율성 기술을 차지해 자동차업계의 선두로 부상하는 기회를 얻었고,기존의 자동차 회사는 업계의 변두리 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동차 회사의 위협적인 경쟁자가 컴퓨터 제조회사라니 끔찍한 일이 아닌가. 미래기술 생태계를 이해하고 대비하지 못하면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도태되고 밀려날 수밖에 없다. 초기술이 놀라운 성과를 내고,미래 기술이 이뤄낸 효율의 극대화로 한계를 극복하는 아름다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미래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또한 할 수가 없다. 기술은 국가보다도 거대하고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으며 모든 것을 없앨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그를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거대한 파도처럼 다가오는 변화의 트렌드를 명확히 파악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미래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남들보다 앞서 나갈 수도 있고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332쪽,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