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중국 '저항의 물결'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중국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공산당의 정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억압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으며 더러는 공개적으로 지지를 받기도 한다. 최근 중국의 비판언론 '빙점'(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의 주간부록)을 둘러싼 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신문은 19세기 말 중국의 쇠퇴 원인을 서구 제국주의의 탓으로 돌린 공산당의 공식 입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말 무기정간 조치를 당했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색다를 게 없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는 이미 여러 차례 신문 발행을 금지했으며 편집자를 해직하고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체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빙점의 경우 전례 없는 반응이 나타났다. 중국 공산당 원로 13명이 빙점의 정간에 항의하는 연대성명을 낸 것이다. 여기에는 마오쩌둥 주석의 전 비서와 인민일보의 전 사장 등 명망가들이 포함돼 있었다. 과거 소련과 동유럽의 반체제 인사들처럼 이들은 중국의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빙점의 복간과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법률을 요구했다. 그들은 언론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중국이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지식인과 전직 관료들이 이처럼 무리를 지어 공개적으로 당국의 조치에 항의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또 다른 변화는 빙점의 편집자들이 당국의 조치에 대해 인터넷에 항의서한을 발표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발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심지어 CNN과 같은 서방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마오쩌둥 시대나 덩샤오핑 시대와 달리 이들은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일을 외부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전력투구한 것이다. 이 같은 공개적 저항의 결과로 비록 편집자들이 해직되기는 했지만 빙점은 정간 5주 만인 이달 초 복간됐다. 빙점과 유사한 사례가 또 있다. 지난해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벤젠 유출 사고와 관련,정부의 늑장 대응을 지적했던 한 신문사의 편집자가 해고됐을 때 신문사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항의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적 지배 체제가 대외 개방정책과 시장친화적 개혁으로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다수 신문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이전보다 과감해지고 있으며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독자들의 관심사를 보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이 비즈니스와 여행,인터넷을 통해 외부 세계에 노출되면서 제한적이나마 사생활의 자유도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사회에서 마음 속의 생각을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중국이 직면한 현안들을 지금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정치적 기관들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이 글은 보스턴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메를 골드만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당에 저항하기(Protesting the Party)'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