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김포장기 '검은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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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서는 집중취재 코너입니다.
판교와 함께 2기 신도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포 장기지구 동시분양이 이틀뒤로 다가왔는데요.
관심만큼이나 대대적인 분양홍보가 이뤄졌지만, 실제로 장기 시범단지에 대해 잿빛 전망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뒤늦게 신도시에 편입되면서 향후 슬럼화 현상이 우려되는 등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고 합니다.
권영훈기자와 함께 자세히 얘기나눠보겠습니다.
권 기자! 1주일동안 김포장기를 취재하고 왔는데요.
현지 분위기부터 알려주시죠.
장기지구는 김포신도시 첫 작품인데요.
주택공사를 포함해 8개 단지가 올해안으로 분양을 마치고 2008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부지조성공사가 한창인 공사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브릿지)
"김포신도시 시범단지로 조성중인 장기지구. 2008년말이면 뒤로 보이는 이 곳은 아파트와 상가 등으로 가득 채워질 전망입니다."
장기지구는 오는 15일부터 4개 단지 1천4백여가구가 동시분양에 돌입하는데요.
김포시 43번 국도를 따라 동시분양 현수막 등 다양한 분양홍보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포시 수요자들이나 현지 부동산들은 장기지구 동시분양을 먼산 바라보듯 냉담한 반응뿐입니다.
(인터뷰)김석훈 김포 럭키부동산 사장
"차라리 분당, 파주 신도시쪽으로 눈을 돌리지...장기는 외면상태. 김포신도시 정지작업에 들어가야 수요자들이 관심을 보이겠지만 지금은 냉담한 분위기"
어두운 부동산전망과 앞으로 나올 여타 신도시와 비교해 장기지구만의 매력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장기지구 분양일인 15일은 판교 사이버모델하우스 오픈날과 맞물려 있어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거 1기 신도시인 분당이나 일산을 보면 시범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장기지구는 이와 많이 다른 모습이군요.
이번 취재를 통해 장기지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는데요.
김포시 대부분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철책선과 초소 등이 아직 남아있고, 육.해.공을 막론하고 많은 군부대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때문에 신도시 개발을 위해선 국방부와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인데요.
이 과정에서 김포신도시 면적이 수년새 몇차례나 뒤바뀐 것입니다.
특히, 장기지구는 토지공사가 99년 지구지정이후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신도시로 편입됐습니다.
당시 토지공사와 선수협약을 마친 건설사들은 중소형건설사가 내세운 이름모를 시행사가 대부분이고, 이후에도 잦은 손바뀜이 있었습니다.
신도시로 편입되기까지 6년이 지나면서 늘어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은 현재로썬 분양을 서둘러야 할 실정입니다.
장기지구 동시분양이 이렇게 나오다보니, 시범단지의 메리트는 없는 셈입니다.
(녹취)김포 장기부동산 관계자(1.2)
"시범단지인에 중소건설사가 들어오니까 신도시 격을 낮추는 꼴"
"가장 문제점은 현대나 삼성 등 대형업체가 안들어온게...브랜드인지도를 무시는 못한다"
또 분양업체들의 사업지연에 따른 이익보전 문제가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CG)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25.7평이하 아파트는 평당 700만원대로 인근 시세보다 조금 높은 편이지만, 25.7평 초과 단지는 분양가 규제가 없는 틈을 타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인근시세와 비교해도 100~200만원정도 비싸고, 올 초 분양을 마친 고촌 현대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이어서 민간과 정부 주도의 분양이 별반 차이가 없는 셈입니다.
주목할만 점은 얼마전 장기지구내 개별분양을 마친 건설사마저 동종업계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종문 김포지웰 분양소장
"조금 후에 나와야 할 분양가가 너무 빨리 나왔다...지금의 분양가는 인근 고촌지역 분위기에 편승해 수익을 얻기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중소형평형 단지들이 수요자들의 접근이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기회로도 작용"
김포신도시 개발을 주관하는 김포시마저 장기지구 분양과 관련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죠?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는데요.
김포신도시를 수도권 서북부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던 김포시 신도시건설단 조차 손사레를 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녹취)김포시 신도시건설단 관계자
"당초 토지공사가 장기지구만 독단적으로 추진하다가 김포신도시에 편입...장기는 택지지구 틀에 맞춰 했다. 중심권이 됐지만 못마땅한 부분이 블록화해서 해야하는데 이미 공동주택지 등 택지를 매각을 했다. 그래서 신도시와는 격이 안맞는 거다"
김포시 신도시 조감도를 보면 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토지공사가 과거 자체적으로 택지분할을 하다보니 지리적으로 김포신도시 중앙부에 있고, 시범단지로 분양을 하지만 순기능을 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때문에 김포신도시가 완성되면 장기지구는 슬럼화돼 부도심의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장기지구 개발과정을 보면 이같은 사실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포신도시는 8.31대책 공급확대 후속조치로 기존 155만평(장기지구 26만평, 양촌지구 129만평)에서 358만평으로 규모가 확대됐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얘기하면 사업면적이 절반가량 줄어든 셈인데요.
과거 6백만평을 신도시로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국방부와의 마찰로 사업면적이 축소됐다가 장기지구와 양촌지구가 새롭게 편입된 것입니다.
(CG)장기지구는 토지공사가 지난99년 택지지구 지정이후 이주보상과 개발계획 승인 등 절차에 따라 독자 개발해왔습니다.
신도시개발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지구지정도 계속 변경해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습니다.
그러다 2004년 1월 부지조성공사를 시작했지만, 반년만에 양촌지구와 통합개발계획이 나오면서 또다시 공사가 중지됐습니다.
이후 2004년 말 부지조성공사를 재개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인터뷰)김복식 토지공사 김포사업단 개발팀장
"장기지구는 김포신도시 통합개발계획에 따라 김포신도시의 시범단지의 역할...신도시급 기반시설이 들어갈 것"
그런데 택지비 인상으로 지난해 단독주택지 2곳에서 계약해지 사태가 벌어져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CG)
토지공사는 총 8개 블럭 가운데 6곳은 지난 2003년 11월에 선수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6월 2개 블럭에 대해 계약을 맺었습니다.
여기서 6개 블럭과 선수협약 당시 택지비는 35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월 본계약때 땅값은 평당 5백만원이 넘어선 것입니다.
토지공사로 부터 주공물량을 제외한 택지공급가격을 단독으로 입수했는데요.
(CG)
과거 선수협약을 맺은 6개블럭 택지비를 살펴보면, 분양과 임대를 같이 짓는 경기지방공사(4블럭)의 경우 평당 387만원으로 가장 낮습니다.
그리고, 분양아파트 가운데 제이제이건설(5블럭)은 평당 490만원으로 가장 낮고, 남흥건설(6블럭)과 인제건설(8블럭)의 경우 평당 510만원대, 반도건설(7블럭)은 평당 520만원으로 가장 높게 택지를 분양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택지를 분양받은 신영(2블럭)과 이지건설(3블럭)은 택지 평당가가 5백만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지에 따라 택지 분양가가 다르다는 게 토지공사의 설명이지만, 평당 최고 120만까지 차이가 나는 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택지비 인상으로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쳐 중소형의 경우 750만원, 중대형은 9백~1천만원으로 고분양가 시비가 불거질 공산이 높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이름모를 시행사가 대부분이어서, 과거 대토의 흔적이 있나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요.
하지만, 대토 즉 정부가 땅을 매입한 만큼, 다른곳에 개발권을 주는 방법은 김포시 토지대장과 토지공사 택지분양 자료를 일일히 검토했지만, 장기지구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와함께 상습 교통체증 문제와 과거 토지보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죠?
김포신도시를 두고 서울과 15키로미터 떨어져, 가장 가까운 택지지구라고 얘기들을 하는데요.
실제 아침.저녁 출퇴근 프라임시간대 교통상황을 보면, 서울 강서권까지 1시간. 강남은 2시간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말그대로 교통정체가 심해 판교 등 다른 2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지공사는 김포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는 2011년말 김포공항과 장기~양촌으로 이어지는 경전철이 들어서고, 올림픽대로와 연결하는 도시고속화도로가 2012년 12월 완공되면 교통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김복식 토지공사 김포사업단 개발팀장
"김포신도시는 358만평의 대규모 사업지다 보니까 대규모 광역교통계획이 적용된다. 김포고속화도로와 5개 도로, 경전철 등이 들어서 수도권 유입을 촉발시킬 것"
하지만, 장기지구의 경우 입주시점이 2008년 3월이어서 수도권 광역교통대책의 수혜를 받기 위해선 최소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1기 신도시인 일산 수요자들을 의식해 일산대교를 짓고 있지만, 민자사업인 관계로 유료도로일 가능성이 높아 인구 유입효과는 미미할 전망입니다.
이와함께, 장기지구 맞은편에 위치한 김포신도시건설을 반대하는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 곳에선 과거 장기지구 토지수용 당시 발생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꼬집었습니다.
(인터뷰)이훈구 김포신도시건설 반대위
"장기지구 보상금은 거래가격의 25%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평당 50만원에 보상해줬는데 토지공사가 아파트업자에게 분양할 때는 380만원. 최근 김포신도시 상업지역은 1,500만원에 분양...거기서 쫗겨나와서 사는 사람들은 완전히 도둑맞았다는 생각뿐"
반대위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는데요.
정부가 8.31대책의 후속조치로 김포신도시 개발을 내놓았지만, 김포의 경우 국작전지역이 대부분이고 수요에도 한계가 있다며 탁상행정이 낳은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이훈구 김포신도시건설 반대위
"김포신도시 개발로 수도권 인구유입, 집값안정, 투기 해결과 거리가 멀다...판교나 성남쪽은 강남과 가까워 이해가 가지만, 김포는 몇발짝만 가면 3.8선인데 여기다 신도시개발해서 투기정책 어쩌구 저쩌구...전혀 어불성설이다"
또, 장기지구 조성공사 당시 4백년 된 옻나무관들이 무수히 나와 한때 공사가 중단됐지만 결국 폐기했고, 수백년된 한옥마을도 신도시편입으로 전통이 사라져야 한다며 씁쓸해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동시분양 업체들은 매체광고를 펼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죠?
먼저, 간략하게 이번 장기지구 동시분양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CG)
동시분양하는 4개 단지는 15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20일부터 청약을 받을 예정입니다.
중소형평형의 경우, 3블록은 EG건설이 33평형 390가구를, 5블록의 경우 제일건설이 34평형 360가구를 분양합니다.
중대형은 이니스산업개발이 6블록에 42평형 315가구를, 7블록은 반도건설이 38~46평형 447가구를 공급합니다.
동시분양 해당 업체들은 수요자 모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동안 사업지연으로 밀린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일명 땡처리 분양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분양업체들은 홍보대행사를 선정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분양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무늬만 신도시'라는 비난과 향후 가격하락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분양만 마치면 된다는 식으로 수요자들을 현혹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분양업체는 사전분양을 통해 수요파악에 나섰지만, 수요자들의 반응은 무덤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이번 장기지구 동시분양이 빛좋은 개살구처럼 겉은 화려하지만, 미분양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이 궁금한데요.
정보업체 전문가들이 내놓는 장기지구의 전망은 암울해 보이기만 합니다.
대체로 수도권 서북구 개발 자체가 장기지구로 인구를 유입하기엔 역부족이란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정보업체는 장기지구 청사진만 늘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터뷰)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
"분양가가 낮고, 전매금지기간이 판교보다 짧다는 장점이 있다. 2008년 분양이 본격화되지만, 지금 분양을 받는게 낮은 분양가로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전매제한이 짧아 투자수단으로도 유리하다"
그런데 이 정보업체의 경우, 장기지구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온라인 홍보를 담당하고, 기자간담회를 주관한 회사로 확인됐습니다.
시장에 대한 정확하고 공신력있는 발표를 해야될 정보업체가 오히려 시장혼란을 줄 수 있어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특히, 이 곳은 부동산포털 넘버원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주요사업은 분양홍보사업이어서 부동산 포털로서의 제기능이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장기지구는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겠습니다.
(인터뷰)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
"장기적으로 볼때 교통여건 개선이 미비하고, 인천과 강서권, 일산과 파주권 인구유입 유도하기가 어려워 향후 가격부문도 상승에 한계가 있다"
(인터뷰)김광석 유니에셋 리서치팀장
"김포의 경우 주택수요가 많지 않아, 다른 신도시와 비교해 우수한 평가를 할 수 없다"
장기지구가 빛바랜 재료속에 시범단지의 역할로서 한계가 있고, 향후 가격하락마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수요자들을 위해 김포 장기지구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주시죠.
정부가 신도시개발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투기조짐이 일거나 수요분산에 한계를 보이는 등 문제들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주일간의 김포 장기지구 취재가 쉽지는 않았지만, 신도시개발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피부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특히, 시범단지로 나온 장기지구가 신도시 조성이후 슬럼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점은 사업시행자나 관련부처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무쪼록 청약 수요자들이 개발청사진이나 분양홍보에 현혹되지 말고 속사정까지 잘 살펴보는 등 '옥석가리기'가 절실해 보입니다.
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권영훈기자 yhkw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