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원전쟁과 정상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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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범
최근 들어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으면서 국제 에너지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위협은 늘 그렇다 치더라도 이란 핵문제며 남미의 반미 움직임 등 국제 에너지시장을 뒤흔들 요인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의 거의 전량을 수입해 오고,그 중 75%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수입선 다변화는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보통 급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세 자원부국을 차례로 찾아 자원과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위한 기본 틀을 구축하고 넘쳐나는 오일 달러를 흡수하기 위한 플랜트 수주활동을 강화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사실 그동안 아프리카에 대한 열강의 구애는 여간 치열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아직 석유소요량의 수입 의존도가 50%를 밑도는 상황에서도 '자원의 블랙홀'로 불리고 있는 중국은 경제발전에 따라 의존도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외교전을 맹렬하게 펼치고 있다.
중국은 매년 초 외교부장의 아프리카 순방을 관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이 각각 2003년과 2004년 아프리카를 순방한데 이어 후 주석은 금년에도 10개국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도 두툼한 돈주머니를 풀어 환심을 사는 한편 아프리카개발 관련 국제회의를 도쿄에서 여는 등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도 아프리카산 원유의 도입 물량을 2.5배까지 늘리겠다고 밝히며 자국의 메이저들을 통한 시장 장악에 힘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늦었다 생각할 때가 아직 빠른 것이며,꽉 막힌 상황에서도 열과 성을 다하면 살 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법이다.
이번 정상외교를 통해서 나이지리아의 유전개발권을 극적으로 확보한 것이 좋은 예다.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의 2.6배가 넘는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심해광구 2개소에 대해 나이지리아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전력 공급을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해주기로 하고 생산물분배방식으로 개발권을 따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2인3각이 되어 유전개발권이며 34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수주 등 많은 항목에 걸쳐 일궈낸 성과는 향후 우리나라의 자원확보와 시장개척 활동에 좋은 모델로서 평가받을 것이 틀림없다.
또한 이번 순방 결과, 우리 기업인들은 아프리카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는 또 다른 성과를 올렸다.
비록 아프리카가 아직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에 속하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원자재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원유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당분간 안정적인 경상수지 기조를 유지할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따라서 거의 모든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면에서 보나 9억이라는 방대한 자체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중동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3개국은 권역별로 각각 정치 경제 중심으로서 이집트는 떠오르는 10대 신흥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알제리는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최근 정치가 안정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 나이지리아는 석유와 가스 부국에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아 막강한 소비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나이지리아에 대한 국빈 방문은 24년 만이지만 나머지 두 나라는 이번이 건국 이래 처음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모든 국민들이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아프리카가 새로운 경제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날을 앞당기는 데 뜻과 힘을 모으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