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우후죽순 MBA 성공할 수 있겠나

요즘 국내 대학들이 경영학 박사 학위자를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영전문대학원(비즈니스스쿨)을 설치하려는 대학들은 교수 1명당 학생수가 12.5명 미만이란 허가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교수요원 부족으로 벌써부터 경영학 석사(MBA) 교육 부실화 우려(憂慮)까지 제기될 정도이고 보면 보통 일이 아니다. 대학들이 이렇게 교수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최근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력 자체가 적은 데다 어렵사리 찾았다고 해도 지금의 대학 연봉수준으로는 우수인력을 초빙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교수라도 데려와야 하는데 이는 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니 대학들에 비상이 걸릴 만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엔 교수인력 공급 사정이 어려워진 이유도 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전문경영대학원을 설치하겠다고 나서는 대학들 때문에 상황이 더 어렵게 된 측면도 분명히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16개 대학이 올 9월과 내년 3월 비즈니스스쿨 설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솔직히 말해 이 중 몇 개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MBA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영대학원 몇 개를 집중 육성(育成)해 토종 MBA로 키우기로 한 정책이 대학들로 하여금 너도나도 나서게 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점도 작용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대학에 만연해 있는 모방주의나 따라하기가 더 큰 원인이다. 대학들이 어렵사리 교수요원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하더라도 비즈니스스쿨의 성공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고, 또 졸업자들이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 비로소 MBA는 성공할 수 있다. 게다가 MBA는 국내 경쟁 차원에서만 생각해서도 안된다. 미국 학생과 기업들까지는 당장 바라지 않지만 일본 중국 등 우리 인근 지역의 외국학생과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자면 처음부터 교수의 질적인 경쟁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론과 실무에서 글로벌 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그런 교육 프로그램이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이라도 국제적 경쟁력 확보에 대한 확고(確固)한 비전과 의지를 가진 대학만이 비즈니스스쿨을 신청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