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왕회장'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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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건강,둘째는 다른 사람을 인정할 줄 아는 담백하고 순수한 마음,셋째는 공부하고 생각하는 태도,넷째는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뜻이 굳으면 언젠간 마음 먹은 일을 성취하게 된다)에 대한 믿음이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자서전 '이땅에 태어나서'에서 꼽은 행복의 조건이다.
정 회장은 실제 불가능과 포기를 몰랐다.
'할 수 있으니 한다'는 뚝심으로 일관했다.
쌀가게 점원 초기 자전거를 못타 쌀가마를 실은 자전거를 끌고 배달할 때도,애써 차린 자동차 수리공장에 불이 나 길에 나앉게 됐을 때도,자금 부족으로 동생과 매제의 집까지 팔아야 했던 고령교 복구공사 때도 주저앉지 않았다.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믿어야 해낼 수 있다" "방법을 찾으면 길이 있다.
방법이 없다는 건 방법을 찾을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런 뚝심으로 그는 국산자동차를 만들고,경부고속도로를 닦고,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과 울산의 조선소를 건설하고,서해안 물막이 공사를 했다.
가난을 면하려 무일푼으로 고향을 뛰쳐나온 뒤 당대에 세계적인 기업인이 된 데 대해 그는 운이 아니라 성실과 신용,어떤 일이 있어도 남을 원망하지 않는 낙관적인 성격 덕이라고 털어놨었다.
타고난 일꾼으로 일에 묻혀 산 게 자신을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 새 5년이 됐다.
5주기(21일)를 맞아 '정주영 경영정신' '결단은 칼처럼 행동은 화살처럼'등 삶과 기업가정신을 분석한 책들도 출간됐다.
그의 생전,현대 사옥엔 '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듭니다'라는 내용의 액자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뚝심과 고집은 다르다.
뚝심에서 비롯되는 결단과 추진력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르고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담담한 마음과 순수한 정열,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뚝심으로 모든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잘사는 대한민국 건설에 앞장섰던 정 회장의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모습이 그리운 시절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