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르포] (주)만도 윈터테스트장 중국 헤이허를 가다


피곤한 운전자는 차를 자동항법으로 설정하고 눈을 붙인다.


운전자가 쉬고 있는 사이 자동차는 스스로 주행을 시작한다.
신호등이 있으면 멈춰서고 앞차와의 간격도 고무밴드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처럼 속도를 줄였다 늘렸다 하면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다.


운전자의 음성에 따라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고 비상시엔 거품이 쏟아지며 생명을 구한다.


90년대 초반에 개봉됐던 SF영화 '데몰리션 맨'의 한 장면이다.
영화의 배경은 2030년.등장했던 차들은 모두 미국 GM사의 전기 자동차 모델들.2030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그런 꿈의 자동차들을 3~4년 후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헤이룽장성 최북단 헤이허시.러시아와 아무르 강을 사이에 두고 접경을 이룬 이곳에서 차로 30분 걸려 도착한 숲 속 와우 호수의 만도 윈터테스트장.한겨울에는 영하 30도를 넘는 오지다. 와우 호수 빙판트랙에서 2008년 이후 상용화될 ㈜만도의 '미래형 신기술'들을 직접 체험해 봤다.


◆알아서 운전자를 지켜주는 안전장치들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차량자세제어장치)가 장착된 차량에 올라탔다.


카레이싱하는 기분으로 핸들을 좌우로 크게 돌렸지만 눈길 위의 차는 생각했던 것만큼 미끄러지지 않았다.


ESP 작동이 해제된 상태에서 드리프트가 심하게 일어나며 순간 긴장을 느꼈던 터다.
4바퀴의 제동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눈길 위에서 회전시 균형감을 최대한 지켜준다는 게 같이 탄 연구원의 설명이다.


ACC(Adaptive Cruise Control.차간거리제어시스템) 시스템을 적용한 쏘나타를 탈 때는 운전은 차에 맡기고 호수 주변의 경치를 구경했다.


ACC 버튼을 누르자 차는 앞차와의 간격을 전자파나 레이저로 거리를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 하면서 뒤따라갔다.


만도의 ACC는 기존 미국 등지에서 볼 수 있는 크루즈 기능에 좀 더 안전한 장치를 더했다.


크루즈 기능이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한 속도로 운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면 ACC는 거기에 한술 더 떠 주행 중에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같이 속도를 줄이고 멈추면 같이 멈춰설 수 있게 해주는 자동장치다.


고속도로 주행시 아주 유용한 기능이 될 수 있다.


ACC가 고속도로에 유용하다면 스톱&고(Stop&Go)는 시내 주행시 정체상황에서 편리하다.


앞차의 움직임에 따라 저속으로 가다 서다를 자동으로 반복한다.


언덕길에서 출발할 때는 뒤로 밀리는 현상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EPB(Electronic Parking Brake.전자식 주차브레이크)가 페달을 밟기 전까지는 밀리지 않게끔 해주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나도 걱정이 없다. 보조 브레이크 장치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속도를 제어한다.


◆사고위기에선 안전장치가 먼저 작동


프리 프로텍트 기술이 적용된 스포티지를 몰고 전방에 놓인 더미(모형차)를 향해 달렸다.


더미와 점점 가까워 지자 안전벨트가 스스로 작동,몸을 좌석에 딱 맞게끔 조였다 운전자에게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 브레이크시스템도 같이 작동하면서 속도가 떨어지더니 이내 더미 앞에서 멈춰섰다.


운전자가 전방에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차가 스스로 알고 안전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주차도 스스로 알아서 척척


IPAS(Intelligent Parking Assist System.자동주차시스템)가 탑재된 EF쏘나타를 몰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가 빈공간을 지나더니 경보음을 울렸다.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찾았다는 것이다.


모니터 터치스크린으로 주차영역을 설정하고 핸들을 놓았다.


차후방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가 거리를 알아서 조절하더니 이내 스스로 핸들을 돌리고 반듯하게 주차를 한다.


예전에 히트를 쳤던 드라마 '키트'가 생각났다.
윤팔주 만도 수석연구원은 "유럽에서 자동차 안전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보쉬 델파이 등 세계적인 부품업체들 간 신기술 경쟁이 치열하다"며 "ACC 등 대부분의 기술들은 2008년 이후 상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헤이룽장성(중국)=이철민 기자 pres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