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물'산업 선진화 시급하다

윤주환 물 산업은 상하수도를 위주로 하며 환경산업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세계시장 규모는 연 5000억달러 수준이다. 또 전 세계 인구 중 30억명 정도가 현대적 상하수도 없이 살고 있으므로 시장규모는 향후 30년간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위생적인 먹는 물 공급, 산업을 뒷받침하는 용수공급,그리고 하ㆍ폐수처리의 시설확충과 기술개발 정책을 견지하면서 나름대로 물산업을 육성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물산업은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물에 대한 그간의 투자로 우리의 물 환경은 분명 좋아졌지만,먹는 물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은 여전하며 5대강수계의 1급수화는 아직 요원하다. 한편 그간 R&D투자로 많은 환경신기술이 만들어졌지만 IT산업과 같이 세계적인 큰 기술이나 조선ㆍ자동차와 같이 수출을 선도하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작은 내수시장은 물 분야 공기업과 사기업이 뒤엉켜 영역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보면,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 이래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다국적화 된 거대 물 기업을 육성해 왔다. FTA 등으로 국제화와 개방화는 우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됐는데,결과적으로 좁은 국내 물 시장마저도 기술력과 자본력을 가진 다국적 물기업들에 내주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제 우리의 물 산업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시급히 재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있다. 현실과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발전을 위한 대안은 명확하다. 우선 물에 대한 정책적 비전을 재정립해야 한다. 물은 '생명'이나 '환경'이라는 추상적 개념에서 국가의 자원이자 산업의 대상으로 급속히 바뀌었다. 선진국의 물 정책은 '지속개발(Sustainable)'이라는 주제어로 자리매김됐지만,국내에서는 아직 NGO적인 규제개념에 치중해 물 산업을 계획ㆍ설계ㆍ건설ㆍ운영할 기업과 기술자집단의 효율적 육성을 등한히 한 실수를 범했다. 따라서 물 산업을 통해 국내와 저개발 지역 30억 인구에 고품질의 상하수도를 공급하면서 국가발전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도록 비전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로 다국적 물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도 기술과 자본 집중이 가능한 산업환경 조성정책을 취해야 한다. 상하수도처리장은 한번 만들면 20~30년간은 운영을 보장해야 하므로 외국에 수출하거나,국민에게 좋을 물을 공급하고자 하는 기업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자본력도 강해야 한다. 선진국이 90년대 이래 거대 민간 물 기업을 육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으므로 우리도 선도기업을 빨리 육성해야 한다. 세 번째, R&D 방향은 국내에서 사용하면서 외국에도 수출할 수 있는 '큰 기술' 및 '브랜드'화 된 기술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민간이 하기 힘든 R&D를 하고 기업은 그 기술을 받아 상용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현재 공공연구기관-기업-대학의 R&D는 차별성 없이 작은 규모의 상용화기술개발에만 내몰려 향후 30년간 핵심기술이 될 상수 부분의 분리막(membrane) 하나 변변히 만들지 못했으며, 수출에 돌파구를 열어줄 브랜드화 된 하수처리기술 하나 육성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은 순환자원이므로 일관된 관리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물이 부족해 경제성장이 낮아졌다는 정량적 증거도 없는데 그동안 물 부족국가라는 정부의 추상적ㆍ허구적 구호 아래 국가정책이 영향을 받기도 하고,물 분야 공기업들이 살아남으려 민간영역을 잠식하는 난맥상까지 보여왔다. 이는 우리의 물 관련 체제가 환경부 건교부 행자부 농림부, 심지어 해수부까지 이해가 걸려 일관성을 갖지 못한 결과이므로 물관리체계의 일원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