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상위 20%가 세금 90%‥대부분은 상관없어"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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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혹시 세금을 더 올리더라도 근로소득세의 경우 상위 소득 20%가 세금의 90%를 내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손해볼 것이 없다"고 말한 대목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근거로는 상위 20%엔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일반 서민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2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03년 근로소득세 납부 실적상 전체 근로자의 상위 20%가 90%가량의 세금을 내는 것은 맞다.
실제 근로소득 납부 대상자 1227만3000명 중 18.9%(231만5000명)가 전체 납부세액 7조6412억원 중 90.9%(6조9498억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납부 대상자 중 49%인 601만5000명은 연간 근로소득이 면세점(통상 2000만원 이하) 이하여서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따라서 노 대통령 말처럼 근소세는 상위 약 20%가 총 납부세액의 90%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문제는 근로소득세를 내는 상위 20%에 어떤 사람들이 포함되느냐다.
재경부 분석에 따르면 연봉 3000만원 이상인 사람부터 근소세 납부 상위 18.9%에 들어간다.
연봉 6000만~1억원 사이의 근로자는 세금부담 비율이 17.6%,연봉 1억원 초과 근로자의 부담비율은 16.7%였다.
결국 대통령이 언급한 '상위 20%'에는 고소득자만 들어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따지고 보면 웬만한 봉급쟁이는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올린 '상위소득 20%의 실체=거의 모든 월급쟁이'란 제목의 글에서 "대통령의 말은 맞다.
그러나 언뜻 듣기에 상위 소득 20%라고 하면 나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거의 모든 월급쟁이가 해당된다.
교묘한 말장난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통령이 근로소득세를 올려도 국민의 80%는 손해볼 게 없다고 말한 건 근소세를 올리겠다는 얘기 아니냐"며 "또 봉급생활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것이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