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조선분쟁 위기 극복한 김징완 조선공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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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징완 조선공업협회 회장(삼성중공업 사장)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어깨를 짓누르던 난제들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5∼6년간 이어진 유럽연합(EU)과의 조선 분쟁은 지난해 6월 세계무역기구(WTO)가 우리측 손을 들어줬고,후판가격 급등 등 원자재난은 철강업계와 상생·협력의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됐다.
김 회장은 중국의 추격에 대해서도 "중국과는 10년 이상 격차가 난다"면서 "일본 조선업계가 약 50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것처럼 우리도 하기에 따라 세계 1위를 그 이상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가경제 기여도가 큰 조선업계가 반도체나 자동차업계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워 했다.
협회장 취임 1년을 맞은 김 회장을 삼성중공업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조선 경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전 세계 선박 발주물량이 2004년 4720만CGT,지난해 3840만CGT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든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청정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발주가 증가하고 있고 고유가 행진 덕분에 해양설비와 석유시추선 등의 발주가 꾸준히 늘어나 오히려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 선박들의 척당 가격과 우리 업체의 수주 경쟁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석유시추선은 척당 건조가격이 5억∼10억달러에 달합니다.
전 세계에서 발주하는 석유시추선을 우리 조선업계가 95% 이상 수주하고 있지요.
LNG선도 총 발주물량 중 70∼75%를 따옵니다.
고가 선박 수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19% 늘어난 210억달러의 수출을 예상하고 있어요."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이 중국에 블록공장을 세우거나 해외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의 해외 탈출 신호탄입니까.
"수주 물량은 증가하는데 국내에서 마땅한 조선소 증설 부지를 찾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렇지만 생산기지 이전은 아니라고 봐요.
일본 조선업계가 50년 동안 세계 선두를 달릴 때도,한국에 1위 자리를 빼앗겼을 때도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았잖아요.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외국 업체의 경영권(지분 51% 이상)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에 조선소를 지을라고 해도 지을 수 없습니다."
-중국 조선업계가 4∼5년 내에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국도 요즈음 LNG선을 건조하기는 하지요.
그렇다고 한국과 대등해졌다고 보면 안 됩니다.
관건은 배 1척을 만드는 생산성,품질,공정관리 시스템이에요.
개인적으로 중국과의 격차가 10년 이상이라고 보는 근거지요."
-그렇게 보시는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입니까.
"예컨대 조선업은 전자산업과 다릅니다.
전자산업은 설비를 단기간에 갖출 수 있고 설비만 있으면 경쟁국이나 경쟁업체가 금방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지요.
그러나 조선은 설비 증설에 2∼3년 걸리고 숙련된 인력 양성에 6∼7년씩 걸립니다.
공정관리 시스템은 시간이 더 걸리죠.중국이 한국의 공정관리 시스템 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최소한 1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이 2000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게 된 동력은 무엇입니까.
"일본 조선업계가 추격의 덫에 걸린 것은 축소지향적인 구조조정 탓이었어요.
일본은 1970년대 1차 오일 파동으로 인해 전 세계 조선 경기가 꺾였을 당시 생산능력을 대폭 줄이는 전략을 택했지요.
1985∼1987년에는 엔고 태풍이 불어닥치자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고 난리였습니다.
반면 우리 조선업계는 1992년부터 선박 생산능력이 일본에 못 미치면 일본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마저 반대했던 설비투자를 크게 늘리고 무엇보다 연구개발(R&D) 투자,기술 및 우수한 노동력 확보,공정관리 시스템 개선 등에 사활을 걸었어요.
그 성과였다고 봅니다."
-조선업계도 생산현장의 노령화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요.
"연간 850여명의 조선학과 졸업생이 배출되는데 이 중 65∼70%가 조선업계에 취업합니다.
일본(20%)에 비해 상당히 높은 거죠.따라서 우수한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현장의 평균 연령도 35세 정도여서 노령화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꿈의 선박인 대형 크루즈선(초호화 유람선)의 건조는 언제 가능할까요.
"장기 과제입니다.
배에다 초고급 호텔을 만드는 고난이도의 복합기술이 필요할 뿐더러 자재 개발도 서둘러야 합니다.
고급 인테리어 인력 양성도 필요하고요.
2010년 이후면 우리도 대형 크루즈선을 건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장님의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조선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타까울 따름이지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는 232억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조선 부문이 158억달러를 차지했습니다.
무려 68%의 비중이지요.
또 조선업계 및 조선 기자재 업체까지 합치면 20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나 자동차업계만 보지 말고 조선업계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셔야 해요.
조선산업은 항공산업만큼 최첨단이며 종합산업이에요.
선박도 무인 항해 시스템을 장착하는 추세입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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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대구 달성군 현풍서 출생
△1973년 제일모직 입사
△1974년 고려대 사학과 졸업
△1986년 삼성물산 금융팀장
△1988년 삼성중공업 관리담당 이사
△1996년 삼성중공업 전략기획실장 전무
△1999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회 파견
△2001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04년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 수훈
△2005년 조선공업협회 8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