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워싱턴에 간 빌 게이츠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상원이 이민법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민법안에는 외국인 기술자에 대한 비자 문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워싱턴의 의원들을 상대로 더 많은 외국인 컴퓨터 기술자들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외국인 기술자들에게 주어지는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게이츠는 "외국인 기술인력의 이민을 확대하는 것은 MS뿐 아니라 미국 전자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2003년 가을 이후 미 의회는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의 수를 연간 6만5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비자를 받으려면 적어도 학사학위를 갖고 있어야 하고 전문지식과 현지 직업이 있어야 한다. 비자의 유효기간은 6년이고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의 외국인 기술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분 H1B 비자는 지난해 8월 마감됐고 올 10월까지는 H1B 비자를 신청할 수 없다. 무려 14개월 동안 외국인 기술자에 대한 문호가 닫힌 셈이다. 게이츠는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부를 졸업한 인도인 학생들이 H1B 비자를 받을 수 없어 자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앨런 스펙터 상원 법사위원장이 제출한 이번 법의 초안은 연간 H1B 비자 발급 한도를 6만5000명에서 11만50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미 의회가 불법이민자 급증을 우려하는 미국내 여론을 의식해 H1B 비자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이민과 기술자 이민은 별개의 사안이다. 게이츠는 외국인 기술자가 경제성장을 위한 촉매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회의 소극적인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미국인만으론 미 기업들의 기술인력 수요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미 의회는 미국인 기술자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고등학교의 수학과 과학 교육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게이츠도 자사 제품과 자신의 재단을 통한 매년 3억달러의 돈을 이 같은 교육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게이츠는 교육을 강화해 많은 기술자를 양성하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에 공을 들여도 과연 얼마나 많은 양질의 기술자가 배출될 것인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닷컴 버블이 꺼진 후 외국인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H1B 비자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힘을 얻었다. 이에따라 의회는 2003년 H1B 비자의 연간 발급 한도를 19만5000건에서 6만5000건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외국인 기술인력의 공급이 줄었고 컴퓨터 분야의 실업률은 3%미만으로 낮아졌다. 웬만한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미국인이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는 상황이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이 글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워싱턴포스트의 간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로더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Mr.Gates Goes to Washingto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