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외국계 자본은 '양날의 칼'

조명현 최근 외국계 자본에 대한 논란이 많다. 특히 SK사태의 주역으로 8000억원의 차익을 챙기고 떠나 '먹튀'라고 불리는 소버린, KT&G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아이칸, 막대한 차익에 대해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아 국세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론스타 등은 일반인들도 이제 이름을 외우고 있는 외국계 펀드다. 이들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계 펀드들에게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노다지를 캐는 황금광산이었다. 뉴브리지 캐피탈은 제일은행 매각을 통해 1조1500억원의 차익을 남겼고 론스타도 스타타워빌딩 및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5조원 가까운 돈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외국계 자본을 투기적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인해 '외국자본=투기자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투기자본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투기성 강한 외국자본이 없었으면 외환위기 극복에 훨씬 힘이 들었을지 모른다. 국가 부도로 비유되는 외환위기 상황에서 어떤 비투기적 자본들이 커다란 리스크를 지고 한국에 투자했겠는가?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외국계 자본의 활발한 한국 진출은 당시 우리에게 긴요했던 외화유동성을 보강해 주었고 그 이후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화를 크게 진전시켰다. 또한 주주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으며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대외 신인도를 향상시킨 측면도 있다. 더 나아가 최근 소버린, 아이칸 등에 의한 경영권 탈취위협은 우리기업들에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으며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힘쓰지 않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향후 주주행동주의를 자처한 기업사냥꾼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 특히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들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 자신의 가치가 저평가됐는지, 저평가됐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투기적 성향의 외국계 자본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탈세 여부도 논란거리이기는 하지만 이는 법적 테두리에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훨씬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기업의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투기자본의 압력 때문에 경영진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는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날 것은 자명하다. 헤지펀드 같은 외국계 자본은 단기차익만을 챙기는 세력들이다. 이들은 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긴 안목으로 하는 장기투자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투기성 강한 외국계 자본으로부터의 고배당 및 단기적 주가부양 압력은 우리 기업의 성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상장사들이 배당금으로 매년 7조~10조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매년 5조~6조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배당이 높은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배당과 단기적으로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자사주 매입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는 투자를 희생하고 이뤄진 것이라면 이는 장기적으로 주주, 종업원, 기업 모두에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 또한 기업의 부담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계 자본은 우리경제와 기업에 득과 실을 동시에 지닌 존재이다. 비록 심정적 혹은 국민 정서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들이 있을지라도 이들의 긍정적 역할을 제고시키면서 부정적 측면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적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